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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사물의 입장을 사진으로 읽는 것, 시 아닌 형식이지만 시에 가까운 이야기"
"하나의 입장을 골똘이 들여다 볼 것"
작가 이훤이 독자에게 당부하는 말을 마주하며 나는 조금 겁먹어 버렸다.
작가가 걱정한대로 나는 통상적인 산문집, 여행 에세이 등을 생각하며 책을 잡았던 탓이다.
취향에 따라 사진이 많고 글밥이 적은 글이 읽기에 더 편하다는 독자도 있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나 같은 독자는 작가의 도움이 적은 혼자만의 감상에 애를 먹기도 한다.
다급히 넘어가는 페이지의 속도로 재미의 수치를 가늠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가급적 오래 들여다보려 애썼다.

1. 우산살 : 지탱하는 일을 마다 않는 이가 끝내 견고한 품을 갖게 되는 비밀(p87)
살 명사 사람이나 동물의 뼈를 싸서 몸을 이루는 부드러운 부분.
살 명사 창문이나 연(鳶), 부채, 바퀴 따위의 뼈대가 되는 부분.
우산살이라는 단어를 평생 아무렇지도 않게 쓰다가 이 사진을 보며 이상하다 싶었다.
왜 우산뼈가 아니라 우산살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니 뼈도 살이고 살도 살이고.
어원은 찾지 못했지만 살이라는 단어가 참 재밌있다.
우산살을 보며 견고한 품을 이야기하는 시인은 더 재미있고.

2. 나무의 살 : 살을 다 잃어버린 날 / 그리고 다시 돌아온 날/ 피부가 익어가는 계절 / 단단해지는 뼈 (p127-131)
책 속에 등장한 또다른 살, 나무의 이파리, 앙상한 가지가 그러고보니 살이 쏘옥 빠진 모양새다.
다이어트 중인 나는 겨울나무처럼 마르고 싶은데 살 오른 나무의 초록은 왜 이리도 예쁜지.
나도 초록이면 예뻤을까.

3. 문 : 입구가 여럿인 마음이 질문 몇 개가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고 (p271)
"납작한 표정 납작한 생활 영영 한 사람의 모서리가 된 사물들
사연이 되기엔 너무 많거나 흔한 마음 끝내 없고 마는 사건
저녁이 되면 단어를 기다리는 사람들
단어를 기다리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
(p268)
책의 문으로 들어가 내 마음의 문도 함께 여는 시간이었다.
내 집 안팎에서 매일 같이 마주치는 운동화, 세탁기, 우산, 초록이, 사과, 물, 문, 옷걸이와 세탁물에 이르기까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언어를 찾아내는 시인을 보니 이야기거리가 없는 삶이라 떠든 내가 좀 부끄러워진다.
시인을 닮고 싶어 시인의 안에서 헤매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