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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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역사책은 싫은데 그 역사가 음식과 얽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식을 글로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소재일 뿐 실상은 "음식이 만든 중국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윤덕노 작가, 작가가 초대한 만찬을 펼치며 독자인 나는 군침 삼킬 준비를 한다. 배가 아니라 머리를 든든하게 살 찌우는 이야기, 중국사라는 제목에도 퍽퍽하지 않은 재미난 맛으로 배를 불리는 살가운 책을 예감하면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후세에 주석을 달기를, 생선을 요리할 때 자주 뒤집으면 살이 부서지듯이 나라를 다스릴 때 번거롭게 굴면 백성이 흩어지니, 생선 요리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p13)』 시작부터 신기하다. 고대 중국에서는 재상 자리에 요리사를 뽑았다고 한다. 아니 요리사가 재상이 되었다고 한다. 선후 관계가 뭐든 알고 보니 재상(宰相)이라는 한자의 어원 자체가 요리사라는 뜻이란다. 집안일을 총괄하는 사람, 주방을 도맡아서 관리하는 사람, 더불어 제사 음식을 장만하고 제사 후에 고루고루 음식을 나누는 사람. 그리하여 능히 한 나라의 기틀을 다지거나 앞일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 황당하다. 근데 판타지가 아니다. 실제로 상나라와 주나라의 역사에 이름 올린 요리사 출신 재상이 많다고 한다. 사람 고기를 못먹어 봤다는 환공에게 자식을 죽여 음식을 해 올렸다는 역아를 보면 요리사라고 다 정치를 잘했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진흙만큼이나 값이 싼 oooo, 부자는 먹지 않고 가난한 사람은 먹을 줄 모른다"(p99)』 송나라 문인 소동파의 시 구절이다. 여기서 퀴즈. oooo에 들어갈 식재료가 뭘까? 힌트 1. 육류다. 힌트 2. 최근자 신문에 따르면 중국인이 세계 소비량의 30프로를 차지하며 소비국 1위를 달리고 있단다. 힌트 3. 얼마전 치사율 100프로의 바이러스 전염병이 퍼져 중국 내에서만 약 2억 마리가 도살되거나 살처분 당했다. 모두 눈치 챘겠지만 정답은 돼지고기다. 잠깐 묵념. 중국 돼지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 믿기지 않게도 돼지고기를 그 어떤 육류보다 사랑하는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천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죽하면 명나라 이전까지는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간 적이 없을 정도다. 그 어마어마한 괄시를 뚫고 돼지가 명실상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데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 주원장의 힘이 컸다. 귀족들이 소비하던 양고기가 입에 덜 맞았던게지. 그의 명령으로 임금님 밥상에도 돼지가 오르기 시작한다. 고관대작들도 너나할 것 없이 돼지에 달려든다. 돼지가 육식문화의 최강자가 된다. 돼지고기의 발음과 황제의 성이 같은 발음인 게 문제가 되어 돼지를 잡거나 먹는 게 금지됐던 황당한 에피소드도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 다시 한번 유감이다.


사치 금지 품목 소주, 황제들이 아침마다 먹는 제비집 수프, 왕은 사식 고위관직은 이식 평민은 먹고 싶을 때마다! 법으로도 정해졌던 밥 먹는 횟수, 귤 한 상자면 떼부자이던 시절 후손을 위해 천그루 귤나무를 심은 단양태수 이형, 실크로드에서 만들어진 두부, 우유의 몸종이었던 차가 아편전쟁을 일으키기까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친숙한 식재료에 입맛을 다시고 흥미진진함으로 배가 그득 차는 얘기가 자그마치 32개다. 중국의 식탁 위에 응집한 중국의 역사를 읽는 기대이상의 맛. 눈으로 읽으며 맛보는 역사의 맛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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