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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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너울치는 바다만큼이나 혼란한 무민 가족의 이야기 <무민파파와 바다>를 만났습니다.

무민 시리즈를 읽어오면서 이만큼 위기감을 느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무민 골짜기로 돌아올 날을 고대하며 집 밖으로 모험을 떠나던 가족들이 이번엔 아예 이사를 가버리거든요.

겨울잠을 자는 가족들 속에서 무민이 홀로 깨어나 극야를 날 때보다

하지의 지진과 폭풍에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을 때보다 이번 이동이 훨씬 힘들더라구요.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은 사람에게나 무민에게나 정말 쉽지 않은 일인가봐요.

이야기의 시작은요.

무민파파의 한숨과 울화로부터 시작을 해요.

무민파파는요.

요즘 화가 날 이유가 없는데도 자꾸 짜증이 나고 뿔뚝뿔뚝 성질이 돋아요.

무민 골짜기의 평화로운 삶이 주는 권태로움에 자꾸만 어깨가 쳐지구요.

규칙적인 일상, 남편의 의견이나 아버지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족들에 무기력증을 느낍니다.

오죽하면 골짜기에 불이라도 나서 본인이 화재진압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 한다니까요.

무민 마마는 남편의 짜증을 견디다 견디다 결국 결단을 내립니다.

무민 파파가 꿈에 그리던 등대로 이사를 하기로요!

"희한한 일도 다 있지. 평온하게 잘 지낸다고 해서 우울하고 불만스러워질 수도 있다니 정말 희한해.

그래도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차라리 색다르게 다시 시작해도 괜찮겠지." (p35)

새로운 환경에 오기만 하면 뭐든 다 잘될 것만 같고 좋을 줄로만 알았지만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등대, 온순한 흙은 적고 커다란 돌들만 많은 검고 칙칙한 섬,

비만 오면 새는 천장,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곧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높다란 계단,

바다가 무서워 자꾸만 자리를 옮기는 키가 작은 나무들과 풀,

거센 파도, 누군가의 울음 같은 바다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곳이란..

온가족이 모여 하하호호 웃음꽃이 피던 무민 골짜기의 저녁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어요.

새로운 일을 바랬던 무민 파파조차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내거든요.

거대하고 튼튼한 무언가를 세우고 싶었지 매일매일 바닷말을 뜯으며 그물을 수리하거나

낡아빠진 등대를 고치거나 반기지도 않는 물고기를 잡으러 낚시만 하려했던 게 아니라규!!

가족들 모두가 마음이 어질어질, 갈팡질팡, 싱숭생숭 해지는 하루하루.

무민 가족들의 내일에 다시금 평화가 깃들 수 있을까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언제나 힘이 들지요.

내가 원하고 바랬던 일이라 할지라도 생각지도 못한 고난이 나타나면 지금 선택에 후회가 되기도 하구요.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거나 차라리 돌아가버릴까 낙심하기도 해요.

그러나 대게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이 될 문제들이 아닌가 싶어요.

공을 들여 터전을 가꾸고 낯을 익히고 이웃을 만들고 잠자리를 든든하게 다지다가

그도 아니면 그저 아무 이유없이 모든 게 다 근사해지는 하루가 어느 날 문득 찾아올지도요. 

무민의 말처럼 "어쩌다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는 일" 세상엔 한두가지가 아닐테니까요.

"다들 알겠지만, 바다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대한 녀석이에요. 바다가 왜 그러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바다를 좋아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죠. 뭔가 얻으려면 단점도 받아들여야 하니까."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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