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앨리 스미스 계절 4부작 1
앨리 스미스 지음, 김재성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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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으로 표지를 삼아 정말이지 예쁜 책 <가을>을 만났습니다. 앨리 스미스의 사계절 4부작의 첫 작품인데 이 작품이 저한테는 조금.. 실은 많이 어려웠어요. 고백하려니 어째 머쓱하군요 ㅎㅎㅎ

"한 손에 세계를 몇 개나 담을 수 있을까?"(p17)의 질문에 답할 수 없는 것처럼 엘리 스미스의 <가을> 속에도 도대체 몇 개나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얘기 중 제가 몇 개나 이해했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중심 이야기는 동네에 호모라고 소문난 여든의 작곡가 대니얼과 대니얼의 옆집에 이사 온 풍부한 상상력의 소녀 여덞살 엘리자베스의 우정이에요. 나이와 시간을 초월해 서로에게 반한 두 사람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야기요. 그치만 아무리봐도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브렉시트, 노화, 상실, 혐오와 터부, 대립, 예술, 문학, 고전, 페미니즘, 사랑, 증오, 포격.. 포착한 것만 이 정도인데 문제는 제가 작가에 대해서도 영국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며 고전이나 기타 예술적인 지식도 많이 떨어져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의 반의 반도 이해를 못한 것 같다는 거에요. 벽을 가득 채운 낙서 "돌아가 네 나라로"나 평범한 마을을 가로 지르는 전기 울타리 등 활자화 된 내용이 단박에 피부에 와닿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올더스 헉슬리,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오비디우스 그 밖으로 등장한 다양한 작가들의 책이나 영국 가수, 영국 배우, 영국 문화의 어느 언저리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과 기타 말장난에는 아주 깜깜이라 까만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종이구나 하는 식의 독서를 하고 말았습니다ㅠㅠ 엘리자베스가 내내 방문하는 우체국 또 우체국 안에서 여권을 신청하는 행위에도 어떤 의미가 부여된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아닌건지를요. 아차, 패미니즘적인 시각으로 해석 가능할, 대니얼이 사랑했고 엘리자베스가 연구 중인 화가 폴린 보티도 주요한 소재였는데 이 분을 잊을 뻔 했네요. 처음엔 작가가 가상으로 만든 인물인 줄 알았는데 감사의 말과 인터넷 검색으로 실존인물임을 확인했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에요. 가공과 사실의 구분이 도무지 되지 않는다는 것!

하여튼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발치를 덮는 것 같은 독서였어요. 단풍 구경 가서 이게 무슨 나무고 몇 월에 꽃을 피우고 열매는 무슨 모양이며 잎새는 또 어떻게 다시 싹을 피울지를 일일이 분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수는 마냥 예쁘다, 슬프다, 아름답다 감탄하고 사진 찍고 때로는 낙엽 위를 뒹굴뒹굴 하는 걸로 감상을 끝내잖아요. 앨리 스미스의 <가을>에 제가 딱 그렇게 단순 감탄사만 날리는 관광객이 되었다 돌아온 느낌이에요. 근데 싫지 않았거든요. 이게 포인트입니다! 싫지 않았어요!! 더 잘 읽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아쉽다는거지 재미없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힘든 독서였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뭐라 설명이 안되는데 리뷰로는 이 느낌을 전달할 수 없어 정성을 들이는 의미로 글그램 필사를 했어요. 책 속 어느 문장에도 따옴표가 없어요. 어느 순간 문장들이 시처럼 흐르기도 하고요. 가을처럼 아름답고 가을처럼 쓸쓸하고 늦가을 계절도 모르고 핀 장미처럼 엉뚱한 책이에요. 제 리뷰는 전혀 미끼가 안될테니 아래 문장들을 보고 유혹당해 주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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