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메리카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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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보면 휴양지에서 살인사건이라도 터졌나 싶잖아요. 핏빛 수영장이, 그야 하늘도 마찬가지의 빛깔이긴 하지만, 워낙에 인상적이니까요.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그 정도의 스케일이 아님을 알게됩니다. 휴양지에서 누가 죽었다더라가 아니라 미국이 작살났다! 대자연에 미국이라는 국가가 살해당했다!의 규모인 거에요. 1997년 고갈된 원유, 붕괴되기 시작한 미국 경제, 해류를 막는 댐의 건설로 인한 자연재해. 이 모든 것에 잡아먹힌 미국은 거의 모든 대지가 사막화 되었고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멸망한 대륙이 됩니다. 미국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냐구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여기저기로요. 어떻게 보면 그들의 뿌리로 되돌아간 셈이지요. 그랬던 그들이 백년쯤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미국에 발을 들입니다. 황금을 꿈꾸며 인디아를 찾아나섰던 콜럼버스와 같은 마음으로요. 과학자들과 선원들로 꾸려진 탐사대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듯 미 대륙은 눈부시게 황홀한 금빛으로 그들을 맞이합니다. 애팔래치아의 깊은 광맥이 폭발하며 금싸라기들을 해안가까지 떠내려보낸 걸까요? 황금빛으로 빛나는 대지는 그 색깔만큼이나 찬란하게 탐사대원들의 탐욕을 채워주었을까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선장 스타이너, 미국에 가기 위해 아폴로호에 밀항한 소년 웨인, 나부끼는 금발머리가 그 옛날 여배우만큼이나 아름다운 핵물리학자 앤 서머스, 아폴로호의 수리를 떠안으며 배에 남기로 한 선원 멕네어, 정치장교 오를롭스키와 물리학자 리치의 앞날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1981년도의 작품입니다.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취임한 그 해에 쓰여졌으나 88년 출간되기까지 꽤 우여곡절이 있었던 듯한 옛날의 SF 소설이에요. 60년대 많은 칭송을 받던 작가가 70년대부터 조금씩 인기가 떨어져 80년대엔 평론도 갈리고 호불호를 좀 탔는가봐요. 읽다 보니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저는 미국인이 아니니 애초에 미국의 멸망이라는 배경에 불쾌할 것도 통쾌할 것도 없지만요. 당장에 소설의 내용이 피부에 와닿지가 않아요. "90년대 후반 전세계적으로 바닥나 버린 석유, 문을 닫은 자동차 산업, 2000년 휘발유 운송 수단의 개인적 사용 금지, 교통의 완전마비, 원시적 농업으로의 회귀"라는 소설 속 이야기가 이미 2019년을 살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로 영 딴 나라 얘기만 같더라는 거죠. 물론 사람이 살지 않는 땅에서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는 소년 웨인의 욕망은 흥미롭구요. 멸망한 대륙에서 고독을 씹고자 팀을 버리는 선장 스타이너의 선택엔 덩달아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우주비행사부족, 관료부족, 갱단부족, 이혼자부족, 게이부족 등 옛 대륙의 직업과 성향을 부족 정신으로 이어오고 있는 원주민들의 존재는 재미나구요. 여전히 누군가의 파라다이스로 존재하는 라스베이거스의 꺼지지 않는 불빛의 휘황함에도 놀라요. 기계인간과 유리로 만든 비행선에서 느껴지는 소년만화 같은 낭만만큼은 제 취향이더군요. 멸망한 땅에서도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아메리칸 드림의 존재는 어쩌면 이리도 끈덕진가 감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냥 쉬운 소설은 아니에요. 가독성도 써억 좋다고는 말할 수 없구요. 추천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에는 퍼뜩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대신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선택하고 넷플릭스 영화화가 결정된 이유 또한 분명한 작품이니까요. 그 이유를 찾아서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저는 밸러드 라는 작가와의 첫만남에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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