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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평점 :
처음 읽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작가 형사 부스지마>를 보고도 취향이라고 생각했지만요. 데뷔작 <안녕, 드뷔시>를 완독한 후엔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미친 가독성, 입체적인 캐릭터, 재미, 추리, 반전, 결말까지! 미스터리적 요소가 강렬하달 수는 없지만 제 취향 안에서는 어느 하나 나무랄데가 없더군요. 하다못해 이야기와 음악의 힘을 얘기하는 한국어판 저자 서문까지 감동적이서 책을 펼치자마자 울컥하고 말았으니까요ㅠㅠ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은 여고생 하루카. 할아버지와 사촌의 죽음에 슬퍼할 틈도 없이 화재 후유증과 피부 이식의 고통에 하루하루 신음합니다. 성형의학의 발달로 화재 전과 다를 바 없는 외양으로 복구가 됐지만 누덕누덕 기워진 피부의 자욱들은 그녀 스스로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느끼게 만드는 걸요. 세수 한 번, 옷 한 벌 갈아입는데 걸리는 시간이 40여분, 목발없이는 걸을 수조차 없구요. 재능을 인정받아 음악학교에 진학했지만 손가락을 구부릴 수 없어 예전처럼 피아노를 치지도 못합니다. 그런 때에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은 하루카와 가족들을 경악에 빠트려요. "6억엔 재산을 하루카에게 상속, 대신에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말 것. 만약 그녀가 음악 외의 다른 길을 가게 될 시 재산은 모조리 법인으로 귀속." 부동산 재벌이었던 할아버지는 피아니스트로 어려운 삶을 살게 될지 모를 손녀의 인생은 예비했지만 백수 삼촌과 상속녀의 부모가 겪게 될 불화와 갈등은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요. 며느리이자 하루카의 엄마 고즈키가 살해당하고 손녀 하루카의 목숨을 위협하는 여러건의 사건이 터질 줄은 더더군다나 상상하지 못했겠지요.
나름 평범하고 또나름 화목했던 가족들의 해체, 혹시라도 하루카가 유산을 상속받지 못할까 안달하는 엄마와 하루카의 대립, 친구 같이 다정했던 겐조 삼촌의 견제, 어딘지 경멸적인 태도로 하루카를 보살피는 요양사 미치코와의 긴장감, 장애를 경멸하는 친구들과 장애를 이용하려는 학교 어른들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하루카는 나날이 성장하고 나날이 싹을 틔우며 화재의 허물을 벗어내립니다. 마법 같은 힘을 가진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의 응원과 음악이라는 구원 속에서 말이죠. 나카야마 시치리는 <안녕, 드뷔시>를 두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나약한 사람이 음악을 유일한 무기 삼아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엔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창작자로서 작가가 가지는 사명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의지를 북돋겠다는 다짐"이 아주 듬뿍, 아주 흠씻 담겨 독자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아프기보다 아주 시원하게 말이죠. 출판사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될 피아니스트 탐정 시리즈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 <다시 한번 베토벤(가제)>도 올해 안에 꼭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강력 추천 빵빵 띄우며 리뷰 마무리 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