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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치아를 잘 돌보게, 젊은이. 건강한 구강을 유지해야지.
그러면 자네 말이 훨씬 달콤하게 들릴 거야. 안 그래?"
ㅡ정직한 일, 불법적인 일, 사랑, 우정 기타 등등 세상 모든 일에 실패한 치과 의사가 (p37)
"모든 종이 소리를 내듯이 모든 마음도 소리를 내지."
ㅡ구슬 꿰는 할머니가, 어쩌면 마녀일까? (p42)
"돈은 강에서 벌어들이는 게 아니라 강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벌어들이는 겁니다."
ㅡ캘리포니아에서 처음 만난 닭성애자 아저씨가 (p194)
일종의 오즈의 마법사 같은 이야기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아름다운 나라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가 캔자스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에 올랐듯이 살인 청부업자 시스터스 형제가 캘리포니아로 떠난 여정도 떠나온 집과 연결되어 있거든요. 잔인하고 권력욕이 강한 형 찰리, 순진하고 어리버리한데 화가 머리꼭지까지 차면 돌아버리는 일라이 시스터스. 악명 높은 이들 형제가 제독의 의뢰를 받아 오른 길 위에는 여러 많은 사람 및 동물이 등장합니다. 마치 도로시가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 사자를 만났던 것 처럼요.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찔찔 울고 있는 남자, 도전한 모든 일에서 실패한 치과의사, 청부업자도 무서워하지 않는 마녀 같은 노파, 말 잡아먹으려다가 총에 먹힌 곰, 아버지를 잃어버리고 허약한 말과의 우정에 목숨을 건 소년, 호의호식하는 호텔 주인에서 순식간에 알거지가 된 사장, 가죽만 남긴 또다른 곰, 캘리포니아의 황금에 정신이 망가져버린 닭성애자, 목표물에 우정을 느껴 변심한 전직 악당, 황금을 찾는 액체를 개발한 오즈의 마법사 같은 천재. 아참, 여정의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함께 한 일라이의 외꾸눈 말 텁도 빼놓으면 안되요. 도로시의 강아지 토토 같은 녀석이니까요.
시스터스 형제의 여정은 오즈의 마법사처럼 평화롭지는 않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장르가 서부극인만큼, 또 형제 사이가 써억 좋지도 못해서 허구헌 날 싸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돈을 뺏거나 사람을 패거나 죽이거든요. 찰리는 돈을 얼마를 벌든 무법천지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그의 눈에 금사빠 동생은 똥멍청이입니다. 청부업에서 은퇴하고 싶은 로맨티스트 일라이, 그는 형을 동경하고 미워하고 사랑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가 황금의 땅에서 황금손을 가진 남자를 만나 꿈처럼 빛나는 황금의 강을 보며 얻게 된 기회. 형제는 이 기회를 빌어 두 손에서 총을 내려놓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총 빵빵 쏘는 황야의 무법자, 악명높은 청부업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함께일까요? 아니면 드디어 각자도생?
결말까지 형제의 노란 길을 따라가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서부극을 영화가 아닌 활자로 접하는 일이 드물어서 색다른 재미를 듬뿍 느꼈구요. 형제의 티키타카 속 블랙유머에 킥킥 대고 웃은 적도 여러번이에요. 무엇보다 이 책의 주제(?)가 아주 맘에 듭니다. 누가 뭐래도 집이 최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