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밥보다
서민 지음 / 책밥상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년 새해에도 이러저러하게 계획을 세웠거든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일기쓰기.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서해문집에서 빨간 다이어리를 보내주셔서 '그래, 나도 일기쓰는 여자가 되어보는 거야!!' 하고 과감하게 목표를 잡았는데 오늘 펼쳐보니 1월 4회, 2월 0회, 3월 0회를 썼습니다. 69일 중에 꼴랑 4일 쓰는데 이 다이어리가 낭비되었다고 생각하니 "나무야 미안해!", 죄책감이 하늘을 찌르네요. 그래서 비가 오나??ㅠㅠㅠㅠ


직장인 A: 밥 먹으러 가죠.

직장인 B: 먼저 가세요. 전 일기 써야 해요.

직장인 A: 아니 어쩌다가 일기를 안 쓰셨어요. 그렇게 안 봤는데...

ㅡ 저자 서문 중


<밥보다 일기>는 19년 일기쓰기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읽은 책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데서 저의 실패는 확정 도장까지 땅땅 박은 상태. 서문에 실린 대화 속 교수님의 포부 "독자로 하여금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거야! 밥 먹는 것보단 일기쓰기지!" 에도 저란 인간은 도무지 감화되질 않더군요. 교수님, 기생충보다 못한 현대 독자의 게으름을 너무 얕보신 것 같아요.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컴퓨터 모니터 옆으로 꽂힌 저의 다이어리까지 걸어가려니 거리가 화성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단 말예요. (실은 한발자국도 안됨. 방이 매우 작음;;;) 일기써야 하는데 생각하며 소록소록 꿀잠행ㅠㅠㅠㅠ 그래도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일기를 씀으로 해서 얻게 되는 효과들에는 완전히 공감을 했습니다. 자기객관화, 추억캡쳐, 다른 영역에서의 글솜씨 발휘, 원대하게는 내 인생이 바뀌는 경험까지도 할 수 있음. 하게 될 거임!! 공감이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른 독자분들께는 이른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아래 작게나마 내용을 요약해 봅니다.


숙제로 하던 일기쓰기 이후 단 한번도 일기를 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일기 한쪽을 채우는데 길게는 두 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요리를 생각하시면 감이 잡힐 거에요. 요리 잘하는 사람한텐 떡볶이 까짓 이십분이면 충분하지만 처음 하는 사람은 양배추 씻고 어묵 써는데만도 벌써 삼십분 이상이 소요되잖아요. 설마 저만 그런가요??? 퇴근하고 피곤에 쩔은 몸에 안그래도 시간 없어 죽겠는데 뭐라? 일기 한장 쓰는데 두 시간을 쓰라고라? 당장에 불만이 솟겠지만 요령이 있습니다. 좀 부지런해야 하는 요령이에요. 1. 매일쓰기. 쓰는 일도 기술이라 우선은 매일매일 써서 익숙해져야 해요. 정말로 요리랑 똑같습니다. 2. 주제와 맥락을 정한 후 책상에 앉기. 일기 써야지 하고 앉아서 그때부터 생각하기 시작하면 두 시간은 날로 날리는거 껌입니다. 잘하는 사람은 냉장고 야채칸만 봐도 이거 만들고 저거 만들고가 딱딱 계획이 서지만 못하는 사람은 냉장고가 미어터져도 벙쪄요. 가급적이면 수첩 등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날의 인상적인 경험 한두가지쯤 미리 메모해두는 게 좋아요. 어떤 걸 쓸지만 정해져도 시간은 대폭 줄어듭니다. 3. 아무 거나 써라.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고 주눅 들지 말고 뭐든 쓰라고 하면서 예시로 들어주는 게 난중일기입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계신 날이 있는 줄은 알았어도 공무를 봤다, 잤다, 몸이 불편하다, 라는 일기를 이렇게 많이 쓰신 줄은 몰랐어요. 존경합니다 장군님. 4. 가급적이면 노트에 써라. 웬일이니? 19세기야?? 싶으시겠지만 내 의지가 박약할 수록 노트에 쓰는 게 좋습니다. 컴퓨터나 폰으로 뭘 하면 딴짓하기 일쑤. 저도 이 리뷰 하나 쓰면서 카페 들어가 댓글을 몇 개나 달고 나왔는지 몰라요ㅠㅠㅠㅠ 5. 소설책 읽기. 실은 다양한 책을 읽으라고 하고 싶지만 책을 안읽던 사람이 당장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완독하려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어렵기도 하고 마냥 재미로 읽는 책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꼭 어려운 책에서만 무언가를 배우고 자기 생각의 기준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교수님이 예시로 들어주는 책은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화이트 래빗>인데요. 일가족 납치범이 오리온이라는 남자와 인질을 교환하자고 경찰에게 요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때 독자는 경찰과 오리온의 입장에 공감하며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되요. 굳이 인문사회철학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경찰의 선택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며 우리 안의 가치를 넓히거나 공고히 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로 글쓰기의 힘을 더욱 단단하게 끌러올릴 수 있다는 얘기, 모두 공감하시죠? 참고로 <화이트래빗> 이 책 무척 재미납니다. 교수님께서도 적극 추천하시니 괜히 흐뭇한 거 있죠? ㅎㅎㅎ


아참. 교수님교수님 하면서 누가 썼는지 말씀을 안드렸네요. 기생충학 박사 서민 교수님! 저한테는 신석기인 외치가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던 여행기 <의학 세계사로>로 더욱 친숙하신 분인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쓰신 책이 열 권 가까이 된다나봐요. 그 중 절반은 쫄딱 망해서 서점에서 구경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요. 첫 책을 출간한 후 수치심이 너무 커 글솜씨를 늘릴 방편의 하나로 쓰기 시작한 일기가 또 이렇게 일기를 권하는 책 한 권이 되어 나왔으니 말씀처럼 글쓰기의 힘이 대단하지요? 교수님이 십년도 더 전에 실제 쓰신 옛날 일기와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물 같은 일기, 인터넷에서 발견한 초딩들의 다채로운 일기들과 다양한 참고 도서들로 하여 풍부한 재미를 선사하는 책입니다. 이미 일기를 쓰고 계신 분께는 자부심과 뿌듯함을, 일기를 안쓰는 분께는 소박하게나마 동기부여를 해줄 거에요. 물론 안쓰는 사람들은 거의 다 저처럼 이유가 있어서 책을 읽어도 잘 바뀌진 않겠지만요. 아유, 게으른 종자들, 안봐도 빤하죠 뭐 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