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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아마 책을 읽다가 잠든 것 같아요. 표지 속의 홀가분하게 드러누운 여자 말예요. 저런 복장으로 잠들지는 않지만 안경을 벗고 책을 읽다가 저도 곧잘 꿈나라로 직행하곤 하거든요... 는 옛날 얘기!! 요즘은 유툽 보다 잠듭니다ㅠㅠ 의미없이 휴대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넘 길어졌어요. 정신 차려보면 십 분, 이십 분, 길게는 한 시간씩도 훌쩍 흘러가 있어서 이 시간이면 책 반 권은 더 읽었을텐데 하고 자책하지만 딱 그 때뿐. 눈 떠서 제일 먼저 보는 것도 잠들기 전 제일 마지막까지 쥐고 있는 것도 책이 아니라 휴대폰이란 사실이 부끄럽네요. 그런 제 마음을 고전으로 유혹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부터가 <책이나 읽을걸>, 무지 마음에 들지 않나요? <서점의 다이아나>와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등 여자들의 우정을 다감하게 그리는 유즈키 아사코 작가님의 신간이에요. 우리한테는 신간이지만 책 속의 글들이 연재된 건 2011년 즈음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81년생 작가님이 서른 즈음을 얘기하시거든요. 한창 싱숭생숭할 나이인데 어떻게 고전으로 잘 극복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 같죠? ㅎㅎ
여자의 일생, 보바리 부인, 골짜기의 백합, 목로주점, 나나, 적과 흑, 소녀 파데트, 빙점,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 위대한 유산, 과자와 맥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댈러웨이 부인, 주홍글씨, 작은 아씨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캐롤, 분노의 포도, 순수의 시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초원의 집. 총 50권의 고전 명작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번역되지 않은 일본책들을 제외하면 36권쯤? 읽었어도 또 읽고 싶은 책, 모르니까 꼭 읽을 책을 체크하다 보니 이거이거 거의 다잖아요. 전적으로 작가님 취향으로 분류됐을 책들에 황홀해져 침을 꼴딱 삼켰습니다. 여러분은 작가님의 어느 취향에 마음이 동하시나요? ①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애호가 작가님 ② 여중여고를 졸업해서 여자들만의 공감대 포착에 진한 향수와 동경이 있는 작가님 ③ 기숙사나 수녀원, 대저택을 사랑하는 작가님 ④ 귀족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그 중에서도 영국!) 작품을 좋아하는 작가님 ⑤ "체리 파이와 푸딩과 파인애플과 구운 칠면조 고기와 태피와 토스트를 섞은 맛" 나를 마셔요 음료처럼 먹는 얘기 하나쯤은 꼭 있었으면 좋겠는 작가님 ⑥ 파파괴 여주인공에 어쩐지 해방감을 느끼는 작가님. 저는 1부터 6까지 싹 다요. 모조리 싹, 통틀어 싹, 완전히 싹 제 취향이라 작가님의 일상과 함께 펼쳐지는 고전의 얘기에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습니다. 한 달에 한 권씩, 유즈키 아사코가 들려주는 세계명작극장을 쫓아 저도 고전읽기에 도전해 보리라 결심까지 했으니 말 다했죠. 36권을 읽으려면 족히 3년은 걸릴테지만요. 작가님도 서른 즈음에 시작한 이 연재를 서른 중반까지 계속하고 있었더라구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 권 한 권 휴대폰 볼 시간 쪼오끔씩만 더 줄여서. 책이나 읽을걸 하고 다음번 밤엔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은 폰 대신에 책을 꼬옥 쥐고 잠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