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홈즈 시리즈 2
낸시 스프링어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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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1월, 문을 연지 갓 한 달이 된 신설 탐정 사무소 아니 "사이언티픽 퍼디토리언"의 문을 두드리는 손님이 있다. 베이커가 221번지에 하숙하는 유명한 그 남자, 셜록 홈즈의 친구 존 왓슨 박사다. 세계 최고의 명탐정을 코 앞에 두고 왓슨 박사는 어째서 과학자이자 탐색가인 레슬리 티 라고스틴 박사를 찾아온 걸까? 라고스틴 박사의 비서로 분장하고 선 에놀라 홈즈의 가슴이 왓슨 박사를 보고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혹시 셜록이 자신을 찾기 위해 라고스틴 박사와 협업하려는 게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라고스틴 박사를 살피다 다름 아닌 가출한 여동생 에놀라 홈즈 자신을 찾아내는 건 아닐까? 그녀는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는 감정 사이로 왓슨 박사를 분석하고 셜록의 상황을 추리하며 동시에 퍼디토리언으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건 하나를 새롭게 맡게 된다. 왼손잡이 숙녀, 레이디 세실리의 실종 사건을 말이다.


침대에 든 자국은 분명하다. 그 밖으로 없어진 물건도 없다. 숙녀가 가출할 때 필요로 할 자질구레한 옷가지는 물론 돈이 될 법한 보석 하나 건드리지 않은 채 레이디 세실리는 집을 나섰다... 고 경찰은 추정한다. 납치로 판단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의 창문 앞에 세워져있는 사다리 그리고 책상에서 경찰들이 발견한 하류층 남자와 주고받은 편지묶음 때문이다. 이 물적 증거들로 인해 런던 경찰도 세간에서도 하다못해 소녀의 아버지마저도 그녀가 사랑의 도피를 했다고 믿는다. 단 두 명, 딸의 어머니와 기숙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가출 진행형의 삶을 살고 있는 에놀라 홈즈만 빼고 말이다. 편지의 수신인에 따라 달리 사용됐던 잉크의 색깔, 세실리가 숨겨놓은 당시 숙녀로서는 파격적이라 할만한 그림의 소재들, 철저한 교육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한 세실리의 왼손잡이로써의 습관과 시대 반항적인 성격은 에놀라의 의심을 부추긴다. 또한 그녀의 흔적에서 느껴지는 동류의 느낌과 혼자라는 외로움에 에놀라는 레이디 세실리와 친구가 되기를 절실히 바라게 되는데.... 그럴려면 우선 실종된 숙녀를 찾아야만 한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 두번째 사건 <왼손잡이 숙녀>의 재미는 1권 <사라진 후작>을 가파르게 뛰어넘는다. 에놀라가 집을 뛰쳐나갈 수 밖에 없었던 가정과 사회 안팎의 코르셋에 중점을 뒀던 첫번째 사건에서 나아가 두번째 사건은 백화점으로 엿볼 수 있는 19세기 영국의 소비,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 마르크스 자본론이 출간될 당시의 사회 분위기, 도시 빈민가의 뼈아픈 현실을 에놀라가 목격하게 만들며 그녀의 관심을 '나'에서 사회로 더욱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화려했던 빅토리아 시대 배경의 여러 영화나 소설 등이 귀족적인 삶 또는 하류층 거친 남성들의 삶에 집중했던데 반해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영국 뒷골목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의 삶도 조금씩 보여준다. 이를 테면 숙녀가 발 디딜 자리를 돈 받고 비질해주는 소녀의 얘기 등을 말이다. 물론 가장 큰 재미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셜록과 왓슨인데 여동생을 못찾아 안달하는 오빠 셜록의 지질한 면모가 매력(?) 넘친다. 그 매력의 뒷통수를 팍 치고 달아나는 에놀라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유쾌상쾌통쾌! 여자를 은근히 무시하는 셜록 홈즈가 언제쯤 에놀라의 능력을 인정하게 될지 이거 점점 더 흥미가 돋는데??


너무나 어린 나이에 엄마와 헤어져 스스로 삶을 개척하게 된 에놀라. 자유로운 삶을 위해 홀로 투쟁하는 그녀를 언제까지고 응원하련다. 세번째 사건을 가지고 근시일내 독자를 찾아와 주기를, 에놀라 화이팅! 셜록 오빠의 한층 진화될 집착과 지질함도 같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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