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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열정을 원한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내는 열정. 그건 재능이나 개성, 노력이나 소실, 가능성, 환경, 유전, 기회화는 별개인 것 같지만 실은 대단히 비슷한, 불투명한 미래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가 아닐까. 어디에 열정이 있을까. 어떻게 그걸 불태워야 할까."ㅡ 미키모토 레이
"'그때'가 나를 압박한다. 상처 내고 좀먹고 있다. 이미 타협한 과거인데도 어떤 계기가 있을 때마다 떠오른다.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상상하면서 '그때'가 특히 강조된다. 그때의 반짝임은 과장되어 점점 더 빛나고 그때 이후의 인생은 그림자가 된다."ㅡ 나카미조 사키
"한가한 리가 없다. ㅡ 하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뭐 때문에 이렇게 초조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붕 떠있는 혼란한 기분이다. 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양손을 깍지 낀 채 책상 앞에서 앉아 있다. 생각하는 것 같지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멍하니 있고 싶어도 정말로 멍하게는 있을 수 없다. 뭔가에 집중할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그저 감정이 굳어져 점점 무겁게 몸속으로 가라앉는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해서 의자에서 일어난다. 좁은 방 안을 비슬비슬 돌아다니다가 침대에 앉아 천장을 보고 드러눕는다. ㅡ 요시코
현실의 아이들도 그렇지만 소설 속의 아이들도 어쩜 이렇게 빨리 클까요. 원치 않았던 고등학교로의 진학과 꿈, 재능, 우정, 가족, 사랑으로 고민하며 합창대회를 치르고 마라톤을 하며 울고 웃던 메이센 여고의 아이들 레이와 치나츠, 히카리와 사키, 요시코 등을 다시 한번 만날 기회를 얻었어요. <기쁨의 노래>를 이어 출간된 <끝나지 않은 노래>!! 후속편이 빠르게 나와주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기쁨의 노래를 함께 하며 사춘기의 한 고비를 넘기고 해피엔딩..인 것만 같았던 우리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의 고민이 결코 거기서 끝날 리가 없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렇잖아요. 고등학생 때면 대학만 가면 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살 수 있을 것 같고 문제거리 하나 없을 것만 같은데 실상은 고딩이었을 적이 좋았지 하게 되는 그런 거요.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느끼는 혼란도 예상 밖으로 너무 컸고 환상과 너무 다른 대학생활도 암담했고 졸업은 왤케 빨리 다가오며 취직은 남의 나라 일만 같이 멀기만 한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애까지 대혼란.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었죠. 물론 저와는 달리 완벽하게 빛나는 청춘을 일구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만 돌이켜보면 그 친구들 속이라고 마냥 좋았겠냐 싶어요. 고민 하나 없는 청춘이 어디있으려구요. 메이센 여고 졸업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이라는 길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도전했지만 결코 1등은 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좌절하는 레이. 가족경영의 우동집을 물려받기를 거부하고 뮤지컬 배우로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치나츠. 6년이나 목을 멘 짝사랑 상대로부터 꽉 차게 거절당한 요시코. 어른이 되어서도 가장 빛나던 중학생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인 사키. 저마다 성격도 꿈도 사연도 다른 아이들이지만 이 친구들의 고민 어느 한 구석마다 틀림없이 공감할 거리가 있었어요. 한 때의 내 얘기 같고 내 감정 같은 말들에 가슴께가 찌르르 하기도 하고 '앜 ㅋㅋㅋㅋ' 웃으며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뚜렷히 기억하는 흑역사에 허공에 발길질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젊음마저 허무해지는 무기력한 나날을 떠올리며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구요. '지금 네 고민 그거 진짜 별 거 아니야.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 걱정하지마' 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돌이켜보니 어른들께 이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암것도 모르면서 잘난 척 한다고 마구 심술을 부리거나 입이 댓발은 나와서 문 쾅을 시전하곤 했지요. 그때의 나 창피햇! 그러나 모두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다 같이 성장하는 거겠죠?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작가님이 소녀 감성을 참 잘 포착하고 끄집어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 여기저기의 마음에 공감하다 보면 부끄러운 나의 20대 초반 모습까지 떠오르게 되고 그리워하게 되고 재미있게 추억하게 되더라구요. 지나치게 전형적이지 않나 싶은 만화 같은 결말 앞에서도 코가 찡. 남다르게 빼어난 소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전 장르의 성격을 배신하지 않는 이런 작품을 좋아해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독자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