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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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자문위원 장 지글러가 손녀 조라와 자본주의의 병폐와 관련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무겁고 아픈 제목에 걸맞게 자본주의가 불러온 재앙을 서술하고

'손녀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보게 되기를 기도하며' 같은 자본주의의 완전 파괴!! 라는 강렬한 바람을 담았다.

점진적 개혁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완전파괴! 완전멸망!을 주장한다.

정기적으로 식수를 조달받지 못하는 20억명의 사람들,

비타민A 결핍으로 4분마다 1명이 시력을 잃는 세상,

10살 미만 어린이 11만 2,000명이 배를 곪아 목숨을 잃고 (2015년 기준)

소수자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뼈를 갈아넣으면서도 결코 배부르게 살지 못하는 인류 4분의 3을

장 지글러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하는 중에 목격한다.

도저히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장 지글러가 자본주의에 느끼게 된 적대감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자본가에게 느끼는 증오가 얼마나 무쓸모한지도.

자본주의가 지구상에 색다른 종류의 '식인풍습'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에 느꼈던 처음의 거부감도

책을 덮은 지금엔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소수의 물질적 향락을 위해 다수의 살인적인 궁핍을 눈감고 용인하는 세상이란 점에서

식인풍습이란 말은 잔인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단어였으니까.

콩고의 광산에서 휴대전화와 게임기, 비행선 등에 이용되는 콜탄을 캐다 죽어가는 어린이들.

321원의 임금을 받으며 영양실조 속에서 옷을 만들다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깔려죽은 방글라데시의 봉제공들.

네슬레와 델몬트가 장악한 땅에서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배 곯는 남미의 농부들.

비축 옥수수까지 팔아 빚을 갚으라 독촉하는 영국 법원의 결정으로 기근에 목숨을 잃은 수만명의 말라위 사람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국가와 함께 빈곤을 되물림받는 국민들,

이 모든 것이 내 일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 대한민국이 아니라 가난한 남반구 어느 땅에서 태어났다면

내가 캐는 게 내가 심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뭔지도 모른 채

오로지 일만 하다 십대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을지도...

잊지 말아야지.

나의 값싼 소비에 피 흘리고 있을지 모를 사람들을.

어쩌면 누군가의 부에 기여하기 위해 나 또한 피흘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관련한 사회학책을 여럿 읽은 사람들에겐 별 다르게 새롭거나 색다른 내용은 아닐지 모르지만

자본주의로 안락함을 누리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소화하기 좋은 책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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