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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굉장히 멋진 목소리를 가진 라디오 디제이 기리하타. 신비주의 전략을 내세우 듯 일절 사진도 프로필도 공개하지 않은 그이지만 사연들의 사이사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로 청취자들은 추측이 가능합니다. 키가 크겠구나. 늘씬하고 야구를 했다니 체격도 아주 좋겠지? 목소리만 들어도 이미 미남이야. 여자관계가 복잡하진 않아도 연애는 많이 했을거야. 어쩜 이 사람은 이렇게 흥미로운 일들만 잔뜩 겪을까. 주위에는 또어쩜 이렇게 재미난 사람들만 가득할까. 그의 삶은 도대체 얼마나 행복하려나!!
설마하니 야구를 했다는 그가 서른 여섯 평생 야구 글러브는 커녕 여자랑 손가락 깍지 끼고 야구장 한 번 가본 적이 없다고 하면 팬들은 믿을 수가 없을 거에요. 키도 작고 멸치처럼 깡마르고 얼른 외면하고 싶을만큼 못생긴데다 목소리 이외에는 도통 이성적 매력을 찾을 수 없다고 하면 에이~ 말도 안돼! 하고 다들 부정할걸요. 학창 시절엔 히키코모리라 몇 년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취업도 간신히간신히. 라디오 디제이가 된 계기로 소개된 미국에서의 강도사건은 커녕 미국 근처에 발도 들이밀어 본 적 없다고 하면 에구구,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모조리, 전부 다 거짓말이거든요. 그가 방송에서 얘기하는 사연 같은 거, 그게 자신의 이야기이든 지인의 이야기이든 다 듣기 좋게 MSG를 팍팍 친 거짓부렁이었던 거에요.
그러니 그가 처음 팬이랍시고 꺄아꺄아 하는 여성을 만났을 때 자신을 매니저로, 지인인 게이 호스티스 레이카를 자신으로 소개한 마음이 이해는 가요. 거짓으로 만든 인생에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아요. 무엇보다 그는 청순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걸요ㅠㅠ 그게 원인이 되어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일에 발을 들여놓게 될지는 몰랐지만요.
무슨 얼토당토 않은 일이냐구요? 바로 살해모의죠. 청순한 그녀 미카지 케이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싶거든요. 그녀 아버지가 불법 청소용역업체에 잘못 걸려든 바람에 회사는 도산하고 아버지는 자살해 버렸으니까 그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자신에게 사기를 친 기리하타와 사기극에 동원됐던 바 "if"의 친구들까지 끌어들입니다. 사기쳤으니 보상하라 이건데 제 기준에선 이쁘면 다냐 싶더란 말이죠. 지극히 뻔뻔한 미카지 케이에 이끌려 마냥 순진해 보이는 기리하타와 친구들은 만화처럼 어처구니 없는 소동에 휘말려 들어갑니다. 청소업체 사장에게 새총을 쏘고 소라독을 먹이고 깡패처럼 분장해 뒤를 쫓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대체 이 종잡을 수 없는 소란이 어디서 해결이 날까 싶어지게 분주해지다가 빵! 하고 터져버리는 순간, 독자의 눈물샘도 쭈륵쭈륵 터져버려요. 이 눈물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요. 읽는 내내 웃을 줄만 알았지 울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마지막에 그때까지의 재미를 훌쩍 뛰어넘는 결말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님아 완전 성공하셨습니다. 흑흑ㅠㅠ
리뷰만 읽고서는 이 책의 제목이 왜 투명 카멜레온인지 감이 잘 안오지요?
실은 책의 끝에 도달하기 전까진 저도 아예 감을 못잡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진 감을 못잡으시면 좋겠어요. 나만 못잡으면 억울하니깐 ㅋㅋ 힌트는 거짓말, 착하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어떤 거짓말들에 기대어 위로받고 성장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에 있다는 것만 알려드려요. 책을 덮을 즈음엔 거짓말에 조금은 관대해져도 좋을 교훈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