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마스 즈음을 배경으로 하는 책인 줄 몰랐어요.

진작에 알았으면 크리스마스에 읽을 책으로 빼놓았을텐데 말예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평범한 인사와는 단연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소년이 있습니다.

"나쓰키 린타로"

키도 작고 체구는 더 작고 누가 봐도 범생이 같은 두꺼운 안경에 병약한 피부의 고등학생,

공부도 꽝 운동도 꽝 말재주도 없고 사교성도 바닥인 우중충한 인생이죠.

부모님이 안계셔서 고서점을 운영 중인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탓일까요?

린타로의 삶엔 오로지 책 뿐입니다.

그 또래 잘 나가는 친구가 본다면 쟨 대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을 정도로 오로지 책, 책, 책.

할아버지는 너무 책만 파는 린타로를 걱정하곤 하셨는데 오늘 이후로는 그 걱정도 받을 일이 없어요.

간밤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진 아침.

어딘가 혼이 빠진 것만 같은 상태로 린타로는 할아버지의 서점을 지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프다거나 서점을 떠나야해서 우울하다거나 하는 감정까지도 사치인 것만 같은 소년의 앞에

새로운 문을 열어준 이는 엉뚱하게도 고양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얼룩"인 얼룩고양이의 등장으로 서점은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구멍 같은 통로가 되어버려요.

얼룩이는 말하죠. (그래요. 고양이가 말을 합니다. 드문 일은 아니잖아요?)

"갇혀있는 책을 구해야 해, 나를 좀 도와줘." (p31)

책을 좋아하는게 이 엉뚱한 모험에 뛰어들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듯 당당하게 구는 얼룩이의 주장에

넘어가버린 린타로는 푸르른 빛에 감싸인 신비한 통로를 건너갑니다.

바햐흐로 책을 지키는 한 사람과 한 마리의 모험이 시작된 거에요.

읽은 권수에 집착하며 아무리 좋은 책도 결코 두 번은 읽지 않는다는 지식인.

그의 책은 과시용이기에 한번 읽고 나면 책장 안에 곱게 가둬져요.

책은 줄거리만 알면 충분하다는 독서박사.

그는 사람들이 1분 안에 고전을 읽게 하기 위해 책을 난도질 합니다.

책을 팔아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출판사 사장.

그는 가치있는 책이 아니라 팔릴만한 책만 만들어요.

마지막으로 오래 묵어 사람으로 변신이 가능해져버린 옛날 책.

책이 귀한 대접을 받았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힘이 없어진 현재를 비관합니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장점도 없는 것만 같은 소년이 어떻게 위험에 처한 책들을 구해냈을까요?

린타로 이상으로 책을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떤 지혜의 씨앗을 소년의 가슴에 묻어줬을까요?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 발로 한걸음 내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읽는 당장에 두근대는 책도 좋지만 높은 산처럼 어려운 책의 정상에도 발을 딛여 보라고,

책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들을 때조차 비관할 이유는 없다고,

책이 나쁜 것도 네가 무지한 것도 아니고 그저 네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 중 하나가 펼쳐진 것 뿐이라고.

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고 책을 통해 성장하고 책을 통해 세상밖으로 나아가는 린타로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세상이 다 뭔가요.

매일매일 책을 읽는 저도 어제와 하나 바뀐 게 없는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걸요.

그치만 책에는 엄청난 힘이 있다고 낭만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았어요.

두 번 읽는 책은 잘 없지만 이 책은 19년의 크리스마스 즈음에 다시 꼭 읽어보겠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풍경 새로운 책에 대한 애정으로 저를 설레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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