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신형건 옮김 / F(에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뉴베리 상 수상작가와 칼데콧 상 수상작가의 만남으로 탄생했다. <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장르는 당연히 동화일거라 생각해 책소개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실은 첫 소제목 "하느님, 잠에서 깨다"를 읽을 때까지도 동화 맞구나 했다. 그런데 어쩐지 껄적지근하다. 딱 잘라 동화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느낌? 에세이도 아니고 이게 뭐지? 혹시나 싶어 주제분류를 확인하니 외국시, 시모음집이다. 19년 새해 처음으로 읽는 시들이 하느님의 소소한 일상탐구라니 어쩐지 뿌듯한 걸. 참고할 것은 신시아 라일런트가 그리는 하느님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는 거다. 그녀의 말을 빌자면,
"어느 날 무언가를 떠올렸는데 그것이 오로지 당신만의 것이라면, 아직껏 아무도, 어느 누구도 해 본 적이 없이 오직 당신만이 해 낸 생각이었다면 당신은 하느님일지도 몰라요. 하느님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오늘도 당신은 세상을 찬찬히 살펴보고 그 안에 있는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미 하느님일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 계신 하느님은 아침에 휘청이며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신다. 늘어져있는 하루에 행복하다고도 생각한다. 또 어떤 하느님은 파마를 잘 하려고 미용학교에 갔다가 네일케어에 포옥 빠져버렸다. 누군가의 손을 자신의 손 안에 넣고 관리해주는 기쁨으로 하루를 꿀같이 보내던 짐이라는 하느님은 결국 네일샵까지 개장한다. 본인의 작품에 아름답다고 매번 감탄하는 저 하느님의 가게에는 한번쯤 가보고 싶다. 내가 잘 아는 하느님도 있다. 회사원이 된 하느님 말이다. 하느님은 본래도 세상의 모든 무게 때문에 등이 휠 지경이었는데 취업 후부터는 더욱 등이 쑤시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는 하루하루가 고문같다. 전화 한 통만 더 받으면 아마겟돈도 열 수 있을 것 같을 때 퇴근을 한다. 그리고 어떤 하느님은 케이블 티브이를 신청한다. 넷플릭스 신청하고 일주일 내내 티비만 봤던 나는 특히나 공감하며 이 시를 읽었는데 말미에 말씀하신다. 내게는 휴식이 필요했던 거라고. 그냥 재밌어서 그랬던 거 아니고?? ㅎㅎ
시 속의 다양한 하느님을 보며 웃음 짓게 된다. 남 같지 않은 하느님들 모셔놓고 한바탕 수다 떨고 싶은 마음도 들고. 시의 시적인 문장과 단어에 감탄하는게 아니라 그 정경에 공감하게 되는 글들. 이런 시라면 매일이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