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형사 부스지마 스토리콜렉터 6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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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택시를 탔습니다. 집에서 회사까지 빨리 걸으면 10분 남짓, 이 거리에선 결코 택시 탈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늦잠 잤냐구요? 아니요. 6시쯤 아직 컴컴할 때 일어났습니다. 다시 잤냐구요? 그것도 아니요. 아주 말짱한 정신으로 깨어있었어요. 대신 눈 뜨자마자 어제 읽다만 <작가 형사 부스지마>를 펼쳐들었죠. 다 읽고 자려고 했으나 수면을 이기지 못했던 페이지 뒤로 더욱 재미난 이야기들이 줄줄줄. 마지막 장까지 몇 쪽 안남은 상태였는데 출근 시간이 다가오니 미치겠더라구요. 이렇게 재미난데 또 궁금한데 완독도 못하고 출근이라닛!! 퇴근하고 마저 읽을 것이냐 다 읽고 씻고 나갈 것이냐를 놓고 한 3초 고민한 것 같아요. 물칠만 하고 나갔음에도 택시비까지 들었지만 후회없어요. 마지막 편 "원작과 드라마 사이에는 깊고 어두운 강이 있다"가 제일로 재미났거든요. 물론 고마운 기사님 덕분에 지각도 면했습니다.

우리가 왜 나쁜 사람은 아닌데 넌씨눈이야 라고 평하는 류가 있잖아요. 착하긴 하지만 눈치도 없고 분위기도 못맞추고 인간관계의 지혜가 부족한 것 같은 사람이요. 작가 형사 부스지마는 사람도 나쁜데 매우 넌씨눈이기까지 합니다. 전자도 불편한데 후자는 정말;; 인간이 어쩜 이러냐 싶었어요. 밉상밉상대밉상, 너 밤길 조심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니까요. 가까이 두면 완전 재수없을 타입!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유형 1번의 사람인데 아스카 형사는 오늘도 작가 형사 부스지마를 찾아갑니다. 일반인들 사이의 살인사건이면 다른 선배와의 협업으로 충분히 범인검거가 가능하지만 어쩐 일인지 요즘 특수업종 출판계에서 살인사건이 우후죽순 터지고 있거든요. 무서워서 어디 작가하고 편집자하고 독자하겠나 싶을 정도로 그쪽 업계가 피칠갑입니다. 한국 독자라 참 다행이지요?

신인문학상 1차 심사위원이었던 도메키, 군유사 문학팀 편집자 마다라메, 중견작가 기리하라, 젊고 잘생긴 인기 작가 교헤이, 방송국 놈 소네. 찔려 죽고 문서세단기에 목이 졸려 죽고 자빠져 죽고 맞아 죽고. 죽는 모습은 가지가지인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용의자가 전부 출판계 종사자라는 거에요. 작가지망생도 있고 편집자도 있고 유명 신인상 수상자도 있고. 종사자는 아니지만 독자도 있고 크흠흠, 저 같은 도서 리뷰어도 한 명 끼어있더군요. 마지막 사건에서는 어허이~ 작가 형사 부스지마!! 그도 용의 선상에 올랐어요.

설마하니 모든 작가 모든 지망생들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작가 형사 부스지마>에 나오는 "쓰는 사람"들은 모조리 나르시즘 환자거나 거장병 환자거나 음모론 환자들입니다. 그야 책을 쓴다는 게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특별한 재능과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만큼 자부심은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거기다 저희 독자들의 존경과 사랑과 애정을 받다보면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 않겠어요?물론 갓 등단한 신인이나 아직 책 한 권 못낸 지망생까지 내가 낸데 하는 건 꼴불견이지만요. 어떻게 나를 못알아볼 수 있어? 내 책이 재미없는게 아니라 그걸 이해 못하는 너희 편집자나 독자가 멍청한 거야! 출판사가 손실을 보더라도 후세에 길이 남을 내 책을 반드시 출간해줘야해! 거장이 될 나를 질투해서 심사위원이 나를 떨어트리는 거야! 같은 마인드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 키득키득 합니다. 성격 파탄자 부스지마가 예술병 환자들에게 가하는 사정없는 채찍질이 속시원해서 또 푸하하하 하구요. 장르가 미스터리임에도 어쩜 이렇게 즐겁죠? 이 작가 진짜 잼나다 진짜 대단하단 말을 18년 내내 들었는데 부스지마를 읽고서야 드디어 실감해요. 과장된 부분도 많겠지만 일본 출판계와 작가와 리뷰어를 신랄하게 꼬집는 부스지마와 함께라면 하루 정도는 못자고 못씻고 택시비를 써도 하나 아깝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려요. 강력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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