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 중의 하나에요. 축제와 함께 진행됐던 합창대회. 이렇게 좋은 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꽃밭에서"를 불렀는데요. 꽃밭에서 하면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심는다는 얘기 밖에 몰랐던 저는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냐는 노래가 왜 그렇게 간질간질 하던지 노래만 하면 웃음이 터져서 혼났지 뭐에요.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음악 선생님한테 혼이 많이 났어요. 장난치려던 마음은 정말 없었는데 가랑잎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는 소녀 감성을 저격 당했던 모양이에요. 물론 지금은 정훈희씨 "꽃밭에서"만 들으면 울지만요. 선생님 저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영 어렵게 합창대회를 준비 중인 친구들이 있어요. 메이센여고 2학년생인 미케모토 레이와 그녀의 급우들인데요. 웃음이 터져서 큰일이야는 아니고 반대로 합창대회라니 진짜 싫다 왜 이런 걸 하는 거야 라고 비관하는 쪽이에요. 실은 메이센여고가 설립된지 얼마 안되어 도내에서 크게 인지도도 없고 1지망에서 떨어진 아이들이 후순위로 들어오는 학교이다 보니 분위기가 좀.. 패배주의에 빠져있달까요? 음악학교에서 떨어진 레이나 우동집 딸이지만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치나츠나 소프트볼 에이스 투수였던 사키 등등 대다수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과정 상의 실패 또는 좌절로 스스로를 구겨진 빨래 더럽혀진 빨래라고 생각을 한답니다. 좌절감 한켠에는 실수로 이 바구니에 던져진 것뿐 난 다른 애들과 달라! 라는 생각도 없진 않구요. 다르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온 이상 내 인생은 끝이야라는 절망감에 절절한 거지요. 봄처럼 들뜨고 아름답고 눈부셔야 할 학창시절을 온몸 온마음을 꽁꽁 싸맨 채 아이들은 겨울처럼 흘려보내요. 친구조차 사귀지 않으면서요. 그렇게 아까운 2년의 시간을 다 채워갈 즈음 느지막히 시작된 합창대회와 마라톤 대회 그리고 졸업생을 위한 무대를 거치며 아이들은 겨울잠 자던 개구리처럼 꿈틀꿈틀 깨어나고 개굴개굴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가사처럼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고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개굴 노래하는 일도 즐겁구나 그런 게 인생이구나 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이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과 함께 매우 잔잔하게 펼쳐져요. 이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청소년 시절엔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어느 새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 여러 부모님들도 등장해 반성을 재촉해요.

<기쁨의 노래>는 성장소설답게 아이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눈부신 책이에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렇게나 긴 겨울을 보내고도 "우린 이제부터야" 하고 말할 수 있는 나이와 시간이 샘나더라구요. 아직은 내 인생도 여름의 어디 즈음이야 위안하며 책을 덮고 나니 어떤 노래라도 듣고 싶어 "꽃밭에서"를 틀었습니다. 여지없이 눈물이 뚝뚝. 그때로 돌아가 다시 한번 선생님께 혼이 나도 즐겁기만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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