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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 ㅣ 새움 세계문학 10
찰스 디킨스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18년 12월
평점 :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 소리 집어치워!
외상으로 물건 사는 것만 빼놓고 너한테 크리스마스는 도대체 뭐냔 말이야.
나이만 한 살 더 먹지."(p16)
크리스마스 기념 할부지름을 한 독자 뼈 때리는 스크루지. 이건 암만해도 조카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엉엉, 복수하고 싶어. 그러나 복수는 남이 하는 거랬던가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딩동 온집안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무거운 쇠사슬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쇠사슬이 계단을 타고오르는 진동이 스크루지의 방과 점점 가까워졌어요. 귀리죽으로 저녁을 떼우고 석탄 한 알의 온기만으로 몸을 데운 스크루지는 실내복에 취침모자를 쓰고 일찍 침대에 누웠는데요. 잠이 드려는 순간 발생한 층간소음에 왈칵 짜증이 났습니다. 이게 무슨 소란이람? 오장육부가 없다는 말을 들을만큼 인정머리 없는 스크루지는 하물며 겁도 없으니까요. 죽은 동업자 말리가 쇠사슬을 잔뜩 두른 유령으로 등장했을 때도 그는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스크루지가 말리에게 건낸 첫마디가 뭐였는지 아세요? 엄마!도 아니고 에구머니나!도 아니고 꺄악!은 더더욱 아닌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였습니다. 게다가 유령도 소름끼칠만한 쌀쌀맞은 목소리였다구요! 그야 사전에도 등재될 만한 전후무후한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이 정도로 강력한 인물일 줄은 미처 몰랐어요. 저는 급 스크루지에게 호감이, 아, 아닙니다^^;; 어쨌든 그런 친구가 뭐가 예쁘다고 말리는 스크루지에게 세 유령이 찾아올 거라고 알려줍니다. 아직은 스크루지에게 기회와 희망이 있으니 놓치지 말라고 충고도 해주죠. 딩동, 종이 울리고 크리스마스의 첫번째 유령이 나타났어요. 호랑가시 나무 유령은 스크루지의 과거를, 딩동 둘째날의 횃불거인은 스크루지의 현재를, 셋째날의 검은 그림자 유령은 스크루지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유령의 안배 속 스크루지는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고 깨닫고 다짐하지요.
"인생의 여정은 끈기 있게 꾸준히 나아간다면,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되는 목적지를 미리 예견할 수 있는 것이오. 그러나 그 여정의 길에서 벗어난다면, 목적지도 달라질 것이지요." (p154)
크리스마스의 아침 스크루지는 환희에 넘쳐 소리 질러요. "나는 깃털처럼 가볍고, 천사만큼 행복하고, 어린 학생처럼 유쾌하도다. 나는 술 취한 사람처럼 들떠 있다. 모든 사람들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온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한 새해가 되길!"(p158) 갑작스럽게 변모한 스크루지를 비웃는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요. 이 세상에 어떤 좋은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 누군가의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눈총을 받는다는 것쯤 알만한 스크루지였기에 신경쓰지 않고 매일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연말에 걸맞는 정말 완벽한 해피엔딩이지요?
크리스마스 소설! 하면 저마다 떠오르는 책들이 있잖아요.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 제 경우에는 오토 펜즐러가 엮은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좋아합니다만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책은 아마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일 거에요. 스크루지가 얼마나 살벌한 구두쇠인지는 그림책 좀 읽어본 꼬맹이들만 붙잡고 물어봐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지만요. 소설속의 묘사는 한층 더 어마무시! "아무리 더워도 그는 더위를 느끼지 않았고, 아무리 추워도 그는 떨지 않았다. 휘몰아치는 바람도 그보다 더 지독하지 않았고, 퍼붓는 눈도 그보다 더 무정하지 않았고, 쏟아져 내리는 폭우도 그보다 더 매정하진 않았다. 아무리 사나운 날씨라도 그를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폭우, 눈, 우박, 진눈깨비 같은 것들이 그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랑할 만한 것은 단 한가지 있었다. 이런 것들은 종종 멋지게 "내린다"라는 점이 있는데, 스크루지는 절대 그런 법이 없었다."(p12) 이런 사명대사급 묘사가 덧붙여진 스크루지의 완역본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는 독자는 잘 없을 것 같아요. 가히 발매 첫날 6천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답더군요. 삽화가 있는 다른 번역본도 구매를 할 생각에 이리저리 검색을 했는데 번역이 매끄럽고 활기찬 이번 <크리스마스 캐럴>과는 좀 비교되는 리뷰에 구매를 포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완역본으로 읽고 싶은 분들겐 꼭꼭 새움의 책으로 추천해요. 책을 보고 난 후엔 스크루지의 탄생 실화를 영화화 한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도 함께 보시면 더욱 좋을 거에요.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내년을 대비해 한번 더!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