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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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며가는 길 책 한 권 뚝딱!>

 

<빨강머리 앤>, 우리 시대 아니 전세계 소녀들의 레전드죠.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의 인기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의 주제가를 모르는 애들이 없었으니까요. 은연 중에  "앤"파와 "다이애나"파가 살짝 갈리긴 했지만 우리 모두가 빨강머리 앤을 사랑했지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다이애나 집 화단에서 했던 우정의 맹세 기억하세요? 영원한 우정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저도 친구와 함께 서약을 하고 싶었는데 부끄럽다고 친구에게 거절당했죠. 크흥, 쿨한 척 돌아섰지만 정말 엄청 속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오글오글 어쩜 그걸 따라할 생각을 했을까 싶지만 그런게 바로 소녀의 낭만 아니겠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앤은 타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msg를 적절하게 뿌려 만든 티비 애니 빨강머리 앤이에요. 아마 세월이 지난대도, 설령 루시모드 몽고메리 작가님이 직접 빨강머리 앤을 읽어준다셔도 이건 바뀌지 않을 거에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앤 같은 건 없었어요. 책으로 몇 번을 읽어도 책 속 앤은 애니 속 앤만큼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매력을 못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앤은 싫어하기도 했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려요. 앤은 너무 수다스럽고 다혈질이고 때때로 말도 함부로 하고 다이애나는 수동적이고 지루하고 풍경은 한숨처럼 흘러가고 이제와 돌이켜보면 번역의 문제였지만 그땐 내가 너무 어른이 된 건가봐 서글퍼 한숨이 났어요. 그러다 이번 오디오북을 읽고 생각이 또한번 바뀌었죠. 앤은 여전히 그때의 사랑스러운 앤이고 저는 여전히 앤을 사랑해요. 빨강머리 앤이라는 같은 제목을 달았다고 해서 번역책 속의 앤들이 모두 똑같은 앤은 아니에요. 결코결코요. 그러니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앤을 찾아야 해요. 여기 오디오북 속 앤이야말로 그 시절 앤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가장 닮은 애정을 품게 만드는 앤이라고 저 정말 자신있게 말씀드려요. 누구에게라도 두 번째로 좋아하게 된 앤이라고 손꼽을 수 있어요. 문제는 책은 못읽고 오디오북으로 듣기만 했다는 거지만요. 혹시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면 그때 가서 다시 알려드릴게요.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의 가정 큰 장점은 재미있다는 거에요. 1908년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번역이 현대적이고 상쾌해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저는 가독성이 높은 번역이 좋아요. 필요하면 현대어로 지금 우리가 쓰는 단어로 크게 대체하는 것도 싫지 않아요. 번역가님이 처음 썼다는 담탱이는 좀 심한 것 같지만 (워워~ 진정하세요 예비 독자님들, 편집부에서 안된다고 잘랐어요 ㅋㅋ) 앤이 다이애나 엄마를 두고 똥고집이라고 마릴라한테 말하는 장면이나 누구더라 (길버트였나? 필립스 선생님? 조시 파이는 아닌데 누구였지??) 밥맛이라고 하는 거 저는 그런 게 재미나요. 애니에서도 앤이 "제가 너무 말이 많나요?"가 아니라 "제가 너무 많이 지껄였죠?"(정확한 워딩은 아니에요ㅡ.,ㅡ)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번역후기를 들으면 읽는 책이 아니라 듣는 책임을 특별히 염두했다고 하시는데 역자의 배려가 이런 명품 오디오북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해요. 정말정말 감사해요 번역가님! 

그리고 또 한분 이지혜 성우님이요. 애니 속 앤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목소리가 생생하고 똑부러져요. 앤의 수다가 귀아프거나 싫지 않고 엄청 사랑스러운데에는 성우님의 몫이 커요. 전문성우이고 배우여서 그런지 혼자 본문도 읽으시고 앤, 마릴라, 매슈, 린드부인, 다이애나, 길버트를 왔다갔다 하시는데 초반은 좀 어색할 수 있어도 듣다 보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딕션이 좋아서 말들이 귀에 또랑또랑 들리기 때문에 무슨 말이지? 하며 책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구요. 무엇보다 이지혜 성우님의 호흡 속에 봄여름가을겨울의 아름다운 프린스 에드워드 섬과 인물들이 영화처럼 아니 애니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라 흘러가요. 앤을 책으로 읽으며 이렇게 모든 장면이 생생했던 적은 처음이에요. 엄진현님의 번역과 이지혜님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룬 정말정말정말정말 좋은 책, 앤을 좋아하는 모든 덕후분들의 필독서로 이 책을 강추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다시 빨강머리 앤 애니를 보는 중인데요. 이제는 애니를 보며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을 떠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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