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능동태다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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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 한번 체크해 보시겠어요?

1) 남다른 여유 느껴지는(느끼는) 출근길
2) '리치맨' 종영 "공감하며 느껴 주신(느끼신) 분들 감사"
3) 선수들에게 던져지는(던지는/가하는) 야유와 조롱의 탓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4) "메시에게 가해지는(가하는) 압력 불공평해."
5) 다른 장르의 음악도 보여줄(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6) 선수의 멘탈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지는데요(보이는데요).
7) 오늘날 먹어지는(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8) "무엇보다 기존보다 강화된 금융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질의가 많아졌다(늘었다/증가했다).
9) 금전 지출이 많아지니(느니) 가능한 한 지갑 단속해야 한다.
10) 궁금증이 커져 가는( 커 가는) 한편,
11)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어지길(되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이며.
12) 금지법이 아직 만들어지지(금지법을 만들지/제정하지) 않은 상태이지 않습니까?
13) 부모님이 별로 신경 안 쓰는 아이라고 생각돼 버리면(생각하면) 선생님 관심에서도 멀어질 수 있습니다.
14) 휘어진(휜) 카드, 휘어지는(휘는) 배터리
15) 유로파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주는/부여하는) 챔스 진출권은 어디로?
16) 박선수에게 남겨진(남은) 과제.
17) 중학교 때 골반뼈에 끼워져(끼어) 있는 허벅지뼈가 빠지는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이라는 희귀한 질병을 앓았다.
18) 그 마을에는 은행나무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진다(전해온다/전한다).

p33-37/ 소제목 "수동태의 삶이 편하다" 중

김흥식 작가님이 신문기자, 방송기자, 아나운서, 사회자, 해설자, 작가 등의 말을 보고 아이고 하면서 선별한 문장들이에요. 아주 머리가 아플만큼 많은 수동태를 보고 듣고 있다세요. 전 의식을 안해서 책을 읽기 전까진 능동태/ 수동태 구분을 전혀 안하고 살았는데요. 당연히 제가 수동태 문장들을 과도하게 쓰는 줄도 몰랐습니다. 예전 리뷰들 몇 편을 읽으니 수동태 문장들이 구석구석, 고칠 엄두도 안나게 습관처럼 써져 있었어요. 솔직히 예시로 들어준 몇몇 문장 중에는 뭐가 틀렸다는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문장이 더 많아요. 어쩔ㅠㅠ 모든 문장이 모조리 가로 안이 정답입니다. 저처럼 과반수 이상을 가로 밖의 문장으로 고른 분들은 답도 없이 이미 수동태에 쩔은 거. 저 뿐인 거 아니죠? 다들 많이 헷갈리셨죠?

근데 우리말에는 엄밀히 말하면 수동태라는 용어는 없답니다. 사물과 사람이 다 주어가 될 수 있는 영어와는 달리 우리말은 매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이 주어이고 사람인 우리는 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에 행동을 당할 수 없대요. (맞게 이해한건지 모르겠어요 ㅋㅋ) 더 뒤에 나오는 예문 "자연 속에 나오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등으로 작가님이 과다 수동태 사용의 출발을 추측하는데요. 화자들이 책임지기 싫다는 거에요. 그냥 내 감정이고 소소한 의견일 뿐인데도 단순히 "좋아요" 하는 것조차 강한 자기주장처럼 상대가 느낄까봐 피한다는 거죠. 목격자 중에 "내가 봤다"고 말하기 보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99배쯤 많은 것과 비슷한 이유래요. "무대가 다 채워졌다"도 무대를 주인공으로 보고 맞는 문장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무대가 스스로 채워질 수 있나요? 무대가 어떻게 주인공이죠? 하니 할 말이 없었어요. 걔가 자발적 의사를 가진 존재는 아니니까요.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리뷰 쓸 때마다 대면하는 문제인데 길게 쓰고 싶고 길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네요. 똑똑해 보이는 효과를 중언부언으로 노리는 거래요. 제 경우에는 글자수를 채우고자 하는 이유가 크지만요. 어쨌든 수동태를 의식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우리말 속 수동태의 범람이 중국발 미세먼지만큼의 스트레스겠더라구요.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피부로 느껴야 할 문제인데 아유, 어쩌면 좋냐구요.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문제인 줄도 몰라요. 의식해도 솔직히 잘 안짚어져요. 미쳐요 정말ㅠㅠ

수동태의 문제와 더불어 제기된 건 2015년에 긍정적인 의미로까지 영역이 확장된 '너무'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단어인데요. 너무와 비슷한 의미의 단어들이 '참'도 있고 '매우'도 있고 '무척'도 있고 '정말'도 있고 '대단히'도 있고 '굉장히'도 있고 '아주'도 있고 하여튼 정말정말 다양한데 '너무'가 인정되며 사람들이 다른 단어를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대요. 생각해보면 저도 너무를 너무 많이 사용하긴 하거든요. 굳이 다른 단어를 써야할 이유도 못느끼구요. 틀린 줄도 모르고 썼던 '너무'가 인정이 되서 좋다는 생각만 했지 우리말의 영역이 축소된다는 생각까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달리하게 됐어요. 백쪽도 안되는 무척 얇은 책이니 이리저리 기회가 닿으면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리뷰 쓰면서 저도 모르게 또 수동태를 썼을 가능성이 높아요ㅠㅠ
책까지 읽고서! 라고 비웃지 마시고 너른 마음으로 봐주세요.
꾸준히 수동태를 의식하며 안 쓰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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