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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후작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1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 시리즈를 탐독하지 않아서 그에게 실제로 여동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책 <사라진 후작>의 주인공 에놀라 홈즈는 셜록과 마이크로프트 형제의 여동생입니다.
아주 나이차가 많이 나고 어머니가 달라서 그닥 친근한 사이는 아니지만 말이죠.
에놀라는 자신이 집안의 수치스런 존재라 오빠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레이디 유도리아 버넷 홈즈가 자신의 14살 생일에 사라지지 않았다면
결코 먼저 용기내어 그들에게 연락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레이디 유도리아 버넷 홈즈가 누구냐구요?
상속권이 없는 자신과 어린 딸을 위해 셜록과 마이크로프트 형제로부터 돈을 횡령한 여자죠. 성장기 딸의 허리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코르셋을 입히는 대신 헐렁한 반바지를 허락한 여자구요. 딸을 교양 있는 어린 숙녀로 만들려고 기숙사에 보내는 대신 펜델 홀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는 모든 책 셰익스피어와 새커리, 영국의 여권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에세이를 읽게 하고 수영과 자전거를 가르친 여자입니다. 딸의 생일에 암호책을 선물이랍시고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래서 누군가는 비정하다고 욕할지도 모를 이 여자가 ,
바로 에놀라 홈즈의 어머니입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1888년의 영국에서 살아남기에는 지나치게 앞선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에놀라 홈즈 또한 집을 나섭니다. 순종을 강요하는 마이크로프트의 눈을 피해, 여자의 뇌를 땅콩 크기 정도로 가늠하는 것 같은 셜록을 등지고서요. 내 말을 들어! 넌 기숙사에 가서 교양머리를 배워야 해! 하는 큰오빠에 대항해 코르셋과 허리받이 안에 어머니가 안배한 돈과 가출물품들을 숨긴 채 달려가는 에놀라의 모습은 어찌나 통쾌하던지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아마 영국에도 있는 모양이지요? 두 형제의 앞마당 런던으로 향하는 길. 에놀라 홈즈가 맞이한 소공자의 실종사건! 이 때부터 에놀라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해요. 홈즈가에 흐르는 탐정의 피가 끓어오른달까요. 남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어머니의 인형처럼 키워진 소공자 터키를 우연처럼 마주한 순간엔 에놀라 홈즈의 허리에 칼이 들이밀어져 있었습니다. 에놀라를 따라다니는 것만 같은 말썽들, 셜록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영리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14살 소녀의 대담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처음엔 어머니와의 조우만이 궁금했을 뿐이지만 나중에는 이 친구가 얼마나 더 대단하게 성장할지, 여성에게 주어진 영국 사회의 갖가지 편견과 억압을 벗어던지고 성큼 뛰어오를 높이를 알고 싶더군요. 에놀라의 남은 모험 모두에 힘껏 응원을 보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