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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ming 경주 - 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 ㅣ humming 허밍 시리즈 1
허선영 지음, 김동율 사진 / 아이퍼블릭스 / 2018년 10월
평점 :
경주에서의 걸음걸음을 돌이키게 만드는 책이다.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면서 각양각색의 경주와 경주 사람들을 커다란 사진으로 마주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작은 책의 더 작은 사진이 아니라 200*245mm 사이즈를 꽉 채워서 한 바닥 또는 양면 가득가득 채워진 사진이라 더 좋았다. 익숙한 오릉과 불국사, 설국암, 동궁과 월지뿐만 아니라 경주의 숨겨진 낙원 같다는 진평왕릉, 내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예쁘게 찍혀있는 핑크뮬리, 봄의 경주를 방문한 적이 없어 여태 보지 못한 김유신 묘역의 벚꽃과 대릉원 목련 , 350년의 역사를 품은 운곡서원 은행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종합버스터미널과 대릉원 방향의 주유소 앞으로 가짜나무가 하나둘씩 보였는데 대릉원 목련 사진을 보고서야 아하! 했다. 그 가짜나무가 목련나무였구나 싶어서. 봄이 아니어도 목련을 보라는 시민들의 배려였던가 보다. 책 속의 목련나무 사진도 정말 예쁘고 그 예쁨에 찾아본 대릉원 목련 나무 뷰포인트도 황홀. 한복 입은 친구들이 유독 많은 곳이 있었는데 그쯤인가 하면서도 소란스런 곳을 그저 스쳐지나간 나는 여전히 긴가민가 하다.
허밍 경주를 읽다 생각난 별 거 없는 에피소드 하나. 버스 타고 불국사로 가던 길. 안내멘트에 불국사역이 나와서 내림벨을 누르고 섰는데 누가 봐도 불국사에 갈 것 같은 외국인들이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서 이상했다. 마음속으로 갸웃하며 창 위에 붙은 노선도를 보니 아뿔싸! 불국사역과 불국사 사이에는 몇 개의 정류장이 더 있었던 것!! 평일 낮이라 버스 안은 한산하지 내릴 낌새가 보이는 사람도 없지. 어쩌지? 눌렀으니 내려야 하나? 같은 소심한 생각으로 고민을 했다. 다행히 어떤 할아버지가 조용히 내리시길래 도로 앉아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데 그 불국사역이 허밍 경주의 "나무와 숲"편에 소개되어 있었다. 1918년부터 운영되어 36년에 현재의 역사로 지어졌다는 유서깊은 장소. 역사 주변의 범상치 않은 향나무들이 단단한 체구로 여전히 손님들을 맞는다는 간이역의 소박한 풍경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땐 목적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당황하기만 했는데 어차피 혼자 여행인데 실수로 내려 잠깐 쉬어가도 좋았을 걸. 향나무 사진을 오래오래 바라보다 페이지를 넘겼다. 이듬해 봄 목련과 벚꽃, 향나무를 보러 꼭 경주에 가야지 마음 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