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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 2018-2019 최신 개정판
김남경.김수진.박은하 지음 / 길벗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장롱 면허
2. 게으름뱅이라 여행계획 세우는 거 세상 귀찮음
3. 한번 외출시 천번만번 고민함
3. 의지박약이라 겨우겨우 코스 짜놓고 정작 주말 아침 눈 못뜸
4. 친구나 가족과 약속하고 깬 적 다수
5. 실상 가고 싶은 곳도 별로 없음
6. 집이 최고 좋음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랑이라고 썼다;; 최강 집순이 뼛속까지 방순이 집에 있는 게 왜 심심한 일인지 도통 모르겠는 나도 코에 찬바람 쐬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아침 공기가 쨍하게 차고 하늘은 시리도록 맑고 이마에 와닿는 햇살이 바삭바삭한 날. 햇살 한줌에 뽀짝뽀짝 마르는 빨래가 되어 하루종일 바깥에서 뒹굴고 싶은 날. 차가 있으면 그 마음 곧장 실어 쓩 하고 날아갈텐데 뚜벅이는 함께 갈 친구를 찾고 계획을 세우고 그러다보면 날이 바뀌고 공기가 달라지고 햇빛의 마법도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다. 차분한 상태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나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게 집순이의 함정. 그런 내게 마침맞춤한 책이 도착했다.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2018년 19년 뚜벅이 여행자를 위해 전국 기차와 버스의 정보를 실어놓은 완벽(한지는 다 실행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하려고 노력했을 게 틀림없는 여행 안내 책자이다.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은 내가 개인적으로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뚜벅이들이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손쉽게 도착해 따복따복 걸어다닐 수 있는 코스를 지역별로 상세하게 제시해 준다. 가고 싶은 곳의 페이지를 훅 넘겨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역에서 어느 장소까지 도보 5분, 벽화 보고 뭐 보고 정문으로 나와 시내버스 타고 어디까지 10분 거기서 또 뭘 본 후 점심 먹고 다시 움직여 또 어디어디. 유명한 음식과 맛집까지 알려주니 먹는 일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다시 역 또는 정류장으로 돌아와 우리 집에 도착하면 여정 끝! 이라는 코스를 마주하고 나면 어라? 뚜벅이도 할 말한데?? 하는 생각이 든다. 계획을 세운다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우선 좋다. 행동력은 떨어지면서 1부터 100까지 순서를 정해서 움직이는 내 성격상 계획이 틀어질 때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내 계획이 아니므로 변수가 생겨도 아무런 괴로움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뻘쭘하지만 남탓하기 좋달까?;; 10번 11번 버스 하나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알차게 돌 수 있는 배치의 경주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가방에 딸랑 책 한 권만 끼고 나온 첫 주말엔 귀찮아병이 도저셔 발걸음을 돌려 주남 저수지로 향했는데 나 사는 곳임에도 남의 차 안타고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명소였다. 생각난 김에 버스 타고 가볼까? 했던 데에는 주말여행 코스북에서 그곳 사진을 본 탓이 컸다. 버스 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네 싶으니 다음번 바람 든 때에는 더욱 순식간. 가자 마음 먹고 일사천리로 경주로 출발을 해버렸다. 그곳에서도 여러 많은 코스를 싸그리 빼먹고 걷기 좋은 몇 군데서만 늘어져 있었지만 바람만큼은 실컷 쐐고 즐겁게 돌아왔다. 고민하거나 주저하거나 망설일 틈 없이 설레는 발걸음을 재촉받고 싶은 집순이들에게 이 책 <차 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을 추천한다. 도착한 후의 모험은 장담할 수 없지만 나가는 데까진 어쨌든 성공할 것이다^^
덧) 길치도 현지인 같이! 라고 광고하는데 해보니 그건 불가능이었다. 책에서 지도를 떼가지고 갔는데 지도 문맹인은 문해력을 키우던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용기있게 물어보던지 해야지 무턱대고 걸으면 첨성대 가려다 경주 세무서에 도착하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