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여왕

사악한 여왕 ㅣ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눈처럼 하얀 피부, 앵두보다 빨간 입술, 칠흑 같이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백설공주님은

사악한 왕비가 건낸 빨간사과를 먹고 죽음 같은 잠에 빠지지만

왕자님의 키스로 깨어나 일곱 난장이들과 함께 언제까지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좋아하는 백설공주의 이야기에요.

그런데 이번엔 백설공주가 아닌 그녀의 계모가 주인공인 아주 독특한 책을 만났습니다.

​<사악한 여왕>

여러 버전의 백설공주 중에서도 디즈니의 백설공주 설정을 가져와

 왕비의 이야기를 창작한 세레나 발렌티노의 악당 시리즈 그 1권입니다.

계모는 왕과 결혼하기 전부터 그토록 사악했을까요?

처음부터 놀랍도록 백설공주를 미워하고 미모에 집착했을까요?

왕비가 애지중지 하는 거울은 어떻게 가지게 된 걸까요?

무엇보다 거울 속 그 남자는 대체 누구이길래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알려주며

왕비의 열등감을 부추기는 걸까요?

작가는 마치 이런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상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거울장인의 딸은 우물가에서 왕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아름다운 줄을 몰랐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언제나 못생기고 쓸모없다는 구박을 받은 덕분이었죠.

딸을 낳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거울장인은 자식을 웬수 대하듯 합니다.

매일 같이 저주를 퍼부어요.

너는 끔찍한 할망구이고 누구도 너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왕이 네게 홀린 것은 네 마녀의 피, 마법의 힘 때문이다 하구요.

그러다 거울장인이 죽었고 딸은 왕과 결혼해 왕비가 되지요.

백설공주라는 아기새 같이 아름다운 공주님도 만나게 됩니다.

세 사람은 아주 잠깐 행복했지만 왕은 끊임없이 전쟁터로 달려가기 바쁘고

조마조마 불안불안한 왕비의 앞으로 모종의 거울이 등장하게 되요. 

사악한 남자!! 아버지 거울 장인의 영혼을 담은 저주의 거울이 말입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못생겼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거울을 보며 힘껏 애쓴 동화 속의 왕비님.

타인이 주입한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끝끝내 극복하지 못한 그녀의 말로는

백설공주를 동화로 접할 때와는 또 좀 다른 느낌입니다.

나르시즘의 화신이 아니라 외모 지상주의의 피해자 같달까요.

진정한 악당은 아름다움만이 여성을 가치있게 한다고 주장하는

저 편협한 거울장인이 아니었을까요? 

디즈니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원작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악당의 입장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모든 독자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