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에 별 관심없는 나조차 연일 소식을 접했다.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작가도 동양인, 감독도 동양인, 배우들도 모조리 동양인인 영화가 다름아닌 헐리우드에서 흥행 돌풍 중이라고. 1가정 1 에릭 남이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가수가 자기 돈 들여 미국에서도 공짜 시사회 한국에서도 공짜 시사회를 열며 이 영화 꼭 보세요! 강추한다는 얘기에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궁금증이 치밀었다. 영화보다 책을 먼저 만날 줄은 미처 예상 못했지만. 근데 이거 괜찮은걸까? 책이 너어어어어어무 재미난데 이것보다 영화가 더 재미나려면 정말 장난 아니어야 할 것 같은데? >_<


중국이 잠들어 있게 내버려 둬라. 그녀가 깨어나면 세상을 뒤흔들지니.
ㅡ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세상은 모르겠고 한 호텔만큼은 확실하게 흔들린다. 후줄근한 아시안들인줄 알고 내쫓았는데 그들이 채 한 시간도 안되어 그 호텔을 통째로 사서 전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올 줄을 누가 알았으랴. 버젓이 예약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 없다고 장난질 치며 갖은 인종차별로 콧김을 뿜게 하던 지배인이 새로운 회장 일가 앞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릴 적부터 통쾌하더라. 그 회장 일가의 일인이었던 얌전하고 성숙한 소년 니컬러스 영은 떡잎부터 알아볼만한 남자 주인공이었고 말이다. 쪼끄만 자식이 말도 잘하고 매력도 넘치더라니 ㅋㅋ

십만 달러의 옷을 몇  벌 단위가 아니라 매장 통 단위로 사입는 닉의 어머니 엘리너, 그런 엘리너에게 에스티 로더의 금색 파우더 콤팩트와 샘플로 주는 가죽 파우치 가방을 선물하라는 레이철의 어머니 케리. 이 두 어머니의 차이만큼이나 닉과 레이철과 그들 집안 사이에는 경제적 문화적 간극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닉은 인정해야 했다. 그들의 교양 넘치는 가족이 절대 레이첼을 환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그러나 여느 남자들과 같이 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를 시전하며 자신이 초재벌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레이첼을 고향 싱가포르로 데려간 닉. 처음엔 결혼 생각이 없다는 당당한(?) 이유로 결혼할 마음이 생긴 후엔 애가 좀 띨띨하고 순진해서 레이첼의 마음에 빵빵한 총알 자욱을 새긴다. 아들의 행복을 위한다고 믿었던 모친이 레이첼의 출생의 비밀을 들고 나올 때만큼 아픈 뒤통수는 아니었지만. 젊은 나이에 경제학 교수 자리를 성취했을만큼 똑똑하고 지적이고 행복하게 성장한 이민 2세대 레이첼이 미스터리 재벌 남친과 그 집안에 맞서 자존감을 지켜내는 당당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할 때 그녀와 닉은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은 물론 예쁘다.  서로가 죽고 못사는 잉꼬들의 사랑인데 오죽 달달하랴. 닉 가족과 어린 시절 여자친구들까지 동원된 레이첼 탄압 작전도 나쁘지 않다. 벋뜨!  김치 싸대기가 흩날리는 대한민국에서 출생의 비밀은 이제 한물간 유행. 이 책의 압도적인 재미는 닉의 사촌이자 삐삐의 작가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아스트리드의 돈지랄이다. 속된 말이긴 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되는 흥청망청한 소비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 돈으로 바로바로 풀어내는 스트레스! 한 때 인터넷에 익명으로 떠돌아다녔던 출처도 모를 글을 인용하자면  "샤넬 가방 땅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엉엉 울고 싶다, 페라리 핸들에 주먹 쾅쾅 치면서 흐느껴 울고 싶다,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창밖을 보면서 죽도록 슬퍼하고 싶다."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아스트리드가 몸소 보여준다. 배신과 슬픔조차 그녀의 부를 빛내기 위한 달달한 설탕 뽀시래기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배신이 배신 아닌 줄을 내가 추측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황금 주머니를 가지고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던 삐삐처럼 금전으로 자신의 행복을 지켜나가는 아스트리드의 거대한 소비가 사랑보다 빛났다. 금전 만세! 전용기를 타고 지구의 절반을 숨 쉬듯이 왔다갔다 하며 쇼핑하는 일상. 프랑스에 한 채, 영국에 또 한 채, 중국과 싱가포르 세계 곳곳에 자리한 별장들에서 휴식하는 시간.  커피 한잔을 위해 제.트.기를 타고 오스트레일리아로 훌쩍 날아가는 여유만만. 사막 한복판에서 캔버스 의자에 앉아 벨벳 같은 커피 거품을 물고 일몰이 지나가는 정경을 바라보는 주인공들을 볼 때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정말 크레이지 하게 써제끼더라. 내가 쓴 것도 아닌데 대리만족 뿜뿜. 로또 당첨되고 싶다, 미국 복권 메가밀리언 1조 8천억원이 내거였으면 좋겠다. 물 쓰듯이 돈 써서 물질 만능주의자라며 비난 받고 싶다. 천박한 자본주의자라며 손가락질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진심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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