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 리즈는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다.
이미 한번 실패한 적이 있는 변호사 시험을 앞둔 아침이었고 그 아침에 혼절하듯 잠에 빠져 시험에 지각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에너지 드링크와 각종 각성제를 혼합해 섭취했기에 제정신이라고 하기도 힘든 상태. 두통과 현기증, 긴장감으로 변기에 주저앉아 속옷을 입어야 할 만큼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손이 달달 떨렸고 장담컨데 시야도 좁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운전을 하면 안되는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운전대를 잡았다. 곧장 친구 캐롤의 네 살밖이 아들 찰리를 친다. 119에 전화하려고 폰을 들었다가 놓는다. 아이를 들어 차고에 숨기고 그 위를 방수포로 덮는다. 다시 차에 시동을 건다. 아이가 쓰려지며 만든 피웅덩이를 흙과 함께 깔아 뭉개 증거를 지운다. 변호사 시험을 치러 쏜살같이 차를 몬다. 찰리가 실종된 당일 아침의 진실이다. 

벌인 일이 우스울 정도로 리즈는 끊임없이 후회한다. 아니 그만큼의 일을 벌였기 때문에 후회할 거리를 이만큼 늘렸다고 해야 할까. 아이를 친 것과 119를 부르지 않은 것과 아이를 차고에 숨긴 것과 시험을 치른 것. 남편과 함께 아이를 내다버린 것을 후회한다. 거듭해 캐롤에게 거짓말 한 것, 자백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도 후회한다. 남편과의 결혼 더 나아가 어린 시절 죽을 뻔한 고비에서 살아돌아온 자신의 인생, 그 후 벌였던 또다른 실수까지 후회하며 자살도 생각하지만 그뿐이다. 그저 실수였을 뿐인데. 남편이 강아지를 차로 치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병원으로 강아지를 데려갔고 자원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그런 사람인데 찰리를 쳤다는 실수 한번으로 외톨이가 될 자신을 견딜 수 없다. 찰리나 그 밖의 어떤 죄책감보다도 그녀를 압도하는 감정은 그것이다. 사회 구성원에서 빠지게 될 거라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단절되고, 이웃의 댄 아저씨처럼 폐쇄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리라는 강렬한 자각과 두려움 말이다.
 
리즈의 트라우마와 범죄를 번갈아 접하다 보면 그녀의 뻔뻔함과 유약함에 경멸이 이는 동시에 연민이 생긴다. 곧 들킬 걸 알면서도 혼날 것이 걱정되어 악착같이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 같달까. 찰리와 캐롤에 대한 애정도 진심임에 분명해 보이는데 당장의 잘못을 어떻게든 모면하고 싶어서 계속해 회피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그녀의 심리가 적나라하다. 유약한 인간의 전형일 수는 있어도 그녀를 악한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정상참작이 될까. 캐롤이 언젠가 그녀를 용서하게 될까. 책을 덮으며 그런 고민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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