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토끼 식당 차림표 : 6시 20분의 고기감자조림 눈토끼 식당 차림표
고미나토 유우키 지음, 박유미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1월 5일 15시. 1대째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거의 반 년만에 눈토기 식당이 문을 열었다. 함박눈이 펄펄, 입김이 뿌옇게 일어나는 겨울의 한낮에 2대째 사장이 된 다이키가 티끌 한 점 없이 새하얀 포렴을 격자문 앞에 내건다. 이로써 장사 준비 완료! 대망의 첫번째 손님은??

에게, 고양이잖아?

어딘지 거대하고 무뚝뚝하니 귀염성 없는 길고양이에게 다이키는 대구 토막을 삶아 건낸다. 찹찹냠냠 맛있게 먹고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길을 떠나는 고양이. 그런데 이상하다. 고양이가 다녀간 뒤로 고양이에게 열쇠뭉치를 빼앗겨 가게 앞까지 쫓아오게 되었다는 눈사람 여자와 눈에 온통 나자빠진 모양새의 롱코트 신사와 그 밖으로 처음 보는 손님들이 줄줄이 가게를 찾는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피리 부는 고양이? 고양이에 홀린 듯 찾아오고 발견하게 되는 "단품 요리 눈토끼 식당"에서 벌어지는 인연과 사건 사고들! 엄마를 잃고서 식욕을 잃어버린 아오이와 아버지의 푸딩가게를 박차고 나가 경쟁가게 파티쉐가 되어 돌아온 렌, 섬인 고향을 떠나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살아보려는 힘내라 청춘 미케양, 망해버린 식당의 종업원으로 건너건너의 눈토끼 식당을 시샘하는 치사토씨, 무엇보다 할머니의 눈토끼 식당을 이어 받아 아름다운 손으로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담백한 그이 다이키의 이야기가 그날그날의 일품요리가 되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소란스러웠던 일상을 맛있게 익혀준다.

어제 오늘 연달아 음식 소설을 읽은 탓인지 아침부터 허기가 져서 주섬주섬 식빵을 뜯었다. 포솜포솜 야들야들하게 혀에서 녹는 고기감자조림, 1대 주인의 비법이 가득 담긴 감자 샐러드, 매실장아찌를 품은 예쁘게 빚은 주먹밥, 신선한 가지랑 호박과 파프리카에 고기를 가득 넣고 끓인 여름채소카레, 수제 고구마쨈을 바른 식빵, 육즙이 느껴지는 닭튀김에 고양이 무사시도 탐을 낼만큼 맛있는 푸딩의 맛을 식빵 한 장에 고스란히 얹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눈 앞에 없어도 맛이 느껴지는 것 같은 요리들에 마음을 녹이며 오늘은 냉장고를 가득 비울 다짐을 한다. 

식 말고 간편식 말고 맛은 좀 부족해도 정성 가득 따뜻한 요리를 해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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