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매일 갑니다, 편의점. 저는 손님으로 거의 매일. 이 책의 작가 봉달호씨는 점장으로 매일매일 편의점 출근 중이에요. 독립하기 전까지는 저의 편의점 이용률이 그렇게 높진 않았습니다. 엄마 이것 좀! 저것 좀! 하고서 나갔다 들어오면 엄마 요량껏 필요한 걸 준비해 주셨구요. 냉장고를 열 필요도 없이 엄마 밥! 하면 아침저녁 두끼도 뚝딱뚝딱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나 독립하고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으로 모두 구입을 해야 해요. 생수에 커피, 라면, 도시락, 우유, 맥주, 안주거리, 스타킹, 생리대, 세재, 또 근래엔 택배를 부치기 위해 풀방구리처럼 편의점을 들락거립니다. 제 퇴근 타임의 단골 편의점 알바생이 바뀌지 않고 장기근무를 할 적엔 매일 같은 도시락에 맥주가 창피한가 싶어 오분 거리의 타사 편의점을 오가기도 해요. 편의점에 대한 의존도가 이렇게까지 높아지는 나날을 저는 정말 상상해 본 적이 없었죠.
마찬가지로 작가였고 학교에서 근무했고 해외에서 사업도 여러차례 벌렸던 봉달호씨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편의점을 열게 될 줄은 그 자신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하물며 다른 건물 편의점에 손님을 뺏기지 않겠다! 우리 손님이 다른 편의점을 맛보는 거 질투나!! 라는 생각으로 토요일에도 문을 열게끔 가맹계약을 맺는 자신을 그가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봉달호씨는 어떻게 보면 무지무지 독한 점장이구요. 어떻게 보면 무지무지 재미난 점장이구요. 또 어떻게 보면 무지무지 낭만적인 점장이에요. 손님은 무조건 내꺼라는 생각으로 문 여는 게 더 적자인 그런 날에도 장사하는 사장님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봉달호씨는 합니다. 동업자도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서비스 정신까지 투철나요. 물론 그 서비스 정신 때문에 동업자분은 현재 따로 매장입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합니다ㅠㅠ 매대의 음료와 과자, 상품들을 줄 맞춰 세우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그렇게 생긴 정리벽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 승객들을 가지런히 정돈하고픈 욕구가 생긴다는 얘기는 너무 웃겨 혼이 났습니다. 중간중간 삽화가 있는데 지하철의 나란하게 앉은 승객들이란. 색깔별로 크기별로 승객을 줄 세운 지하철을 상상하니 연신 웃음이 나더군요. 손님 한명한명에 그렇게나 애닳아 하는 사람이 남의 편의점 염탐가서는 또 그 편의점 잘 되라고 빌어주고 옵니다. 이유가 뭐게요? 점장이 또는 알바생이 친절해서? 매장이 너무 근사해서?아님 동정심이 일 정도로 매장이 후져서? 동종업계 동업자라는 의식 때문에?? 아니아니요. 이유는 단지 그쪽 매장 사장님이 황현산 교수님의 수필을 읽고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카운터에 커피 한잔을 두고 독서를 즐기는 편의점에 눈독 들이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요?? 꽤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저만 그렇게 느꼈을까요? ㅎㅎ
편의점이라는 크지 않은 공간에 뭐가 그리 재미난 일이 많을까 싶지만 의외로 참 다사다난하게 벌어지는 일이 많구요. 재미있는 손님들도 많구요. 재미있는 고민도 많아요. 마트였다가 문구점이었다가 식당이었다가 이제는 택배사이기까지 한 만능 쩜빵 편의점! 7시에 시작해 11시에 문을 닫아 이름이 세븐일레븐이 되었다는 인류의 첫 편의점이 무색하게 24시간 안열리면 이상할 그곳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봉달호씨. 그가 들려주는 편의점 24시의 이야기를 많이들 궁금해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가 도움받은 책 <나는 편의점에 간다>, <달려라, 아비>, <율포의 기억>, <목숨을 걸고> 등의 이야기도 함께 말이지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