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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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코가 돌보던 금붕어들이 죽었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히토코는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먹이를 주는 것도 어항을 씻는 것도 매번 물을 갈아주는 것도 더 없이 귀찮은 일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금붕어를 떼로 죽이기 위해 무슨 조치를 취했던 건 아니다. 맹랑하고 버릇없고 이기적일지언정 사이코패스는 아니니까. 그런 짓까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은 히토코가 일부러 물고기를 죽였다고 말한다. 히토코의 친구였던 아이들, 특히 가장 친했던 가호가 앞장서서 선생에 동조한다. 책은 사소한 오해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볼 땐 오해가 아니다. 음침하고 저속한 악의이지. 선생은 처음 어항을 가져와 금붕어를 돌본 후유코라는 남자애를 좋아했다. 이혼의 스트레스로 고통 받던 그는 후유코를 자신의 아들 대신으로 여기며 위안한다. 그러나 후유코는 자녀과잉보호가 거의 정신병인 지경인 엄마의 손에 끌려 전학을 갔다. 히스테리는 극에 달했고 만만한 여자아이 히토코가 희생양이 된다. 머리를 내리치고 증거도 없이 아이를 단죄하고 공개사과라는 치명적인 수치심을 가한 후 본인이 앞장서 아이들의 왕따까지 묵인한다. 가호로 말할 것 같으면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관심을 뺏긴 보복이다. 정말이지 최악. 히토코 입장에선 그야말로 재수가 없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하필이면 모두의 악의가 그날 죽은 금붕어를 통해 대단합해 버렸으니 말이다.

중반까지는 좀 황당했다. 무슨 이런 성장소설이 다 있지 했다. 애고 어른이고 어쩜 이렇게 하나 같이 밉상에 얄밉고 이기적이고 저 잘난 줄 알고 공격적인 동시에 비겁할까. 마음이 삐죽삐죽해졌다. 외톨이를 자처하는 히토코에게조차 공감이 가지 않았다. 먼저 왕따가 되지 않았다면 나서서 다른 아이를 왕따 시킬 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학급 안의 누구라도 왕따가 될 수 있고 학급 안의 누구라도 왕따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대단히 특별하게 못나고 못된 애들의 짓거리가 아니다. 아이들이 맞이한 합창대회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모적인 질투와 경쟁, 신경전과 소소한 폭력들이 그치지 않는다. 아주 질릴 정도로 단발적 갈등이 이어진다. 우리 때도 이랬던가? 모르겠다. 요즘의 아이들은 정말 이럴까. 그것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후유코의 엄마같은 히토코의 담임 같은 어른으로 자랄 것 같다는 거다.
 
"불모지라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말로 한다면, 모두 나쁘다. 
그리고 모두 불쌍하다. 그러니까 나는 히토리코(외톨이)로 좋아."(p275) 
 
희망적이지 않은 결말을 매우 싫어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적당적당한 결말 때문에 중반까지의 싫었던 전개를 뒤엎고 조금 좋아져버렸다. 히토코는 고통을 준 그 시절 모든 친구들과 화해하지는 않는다. 또한 지금의 성격을 버리고 다시 무리 속으로 편입할 생각도 없다. 여전한 히토리코로 단지 거기서 조금 더 얽혀도 괜찮을 친구를 분별할 뿐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느긋하게 웃을 수 있는 관계들을 자연스레 형성하면서. 엄마의 집착으로 고통받던 후유코는 엄마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메일을 삭제해버린다. 죄책감은 여전하지만 엄마의 굴레를 벗어난 자유로운 지금이 좋다. 화해가 아니라 이별, 단절, 독립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결말. 성장 소설로는 정말 흔치 않으니까. 모두 다 같이 라는 개념 안에 들려고 무리할 필요없이 독립적이고 홀로도 잘 서는 어른으로 너네 다 따로따로 잘 크라고, 대충 그렇게 살자고 말해오는 것만 같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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