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로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홍수연 옮김 / B612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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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단 : 이 첫 번째 이야기는 누군가의 머리에서 짜낸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실화다. 다음에 올 이야기보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를 믿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쓰이게 된 건지 도통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죄다 믿으면 좋겠지만 1부만은 꼭 믿어주기 바란다.

첫문단을 읽고 나면 아이쿠! 작가님 뻥을 얼마나 치실려고 라는 생각부터 든다. 킬킬킬, 기대감도 한껏 고조.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롤>, <위대한 유산> 등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서 원작 한번 찾아봄직도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이다가 샛노란 표지에 귀여운 그림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미국 전래동화(??)인 줄만 알았던 "마법의 물고기 뼈"가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었다!! 제목이 달라서 영영 모를 뻔!! (참고로 찰스 디킨스는 영국 작가;;;) 

책은 1부 윌리엄 틴클링 귀하가 쓴 사랑 이야기, 2부 앨리스 레인버드가 쓴 사랑 이야기, 3부 로빈 레드포스 중령이 쓴 사랑 이야기, 4부 네티 애시퍼드가 쓴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네 편의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들이다. 1부의 어린이들은 댄스 교습소 모퉁이에 있는 오른편 옷장 안에서 결혼을 한다. 장난감 가게에서 산 초록색 반지로 무사히 예식을 치르지만 아뿔사 집안의 반대로 신부들이 유폐된다. 신랑들은 신부를 찾기 위해 전투를 치르지만 결국 아흔살이 될 때까지 그들은 헤어져있기로 한다. 믿기지 않는 첫 이야기 속 사랑아 안녕이다. 2부 앨리스 레인버드의 사랑 이야기가 바로 "마법의 물고기 뼈" 동화였는데 요정님이 가난한 왕에게 연어꼬리를 선물한다. 맛있게 식사를 하되 19 남매 중 첫째 공주인 앨리시아에게 "뼈를 말리고, 문질러, 자개처럼 반짝 거리도록 광을 낸 다음, 선물로 잘 간직하라"고 이른다. 한번뿐이지만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는 당부와 함께. 왕비가 아파 쓰러지고 동생들이 다치고 요리사가 바람이 나 왕궁을 나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앨리시아 공주는 연어뼈를 사용하지 않고 그때마다 왕이 공주에게 묻는다.

"앨리시아."
"네, 아바마마."
"마법의 생선뼈는 어찌 된 것이냐?"
"제 주머니에 있사옵니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더냐?"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잊어버린 것도 아니었더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p49)

이 대화가 네다섯번쯤 이루어진 후에야 공주는 마법의 생선뼈를 꺼내든다. 왕이 무일푼이 된 후였다.

"아바마마, 수중에 한 푼도 없으신가요?"
"한 푼도 없단다, 아가."
"돈을 얻을 길이 전혀 없으신가요, 아바마마?"
"하나도 없다. 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온갖 방법을 써 보았느니라."
"아바마마, 우리가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온갖 방법을 써 보았다면 정말로 최선을 다한 게 확실하겠지요?"
"앨리시아, 여부가 있겠느냐."
"우리가 정말로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충분치 않다면 다른 이의 도움을 청해야 할 딱 알맞을 때가 온 게 틀림없겠지요." (p58)

이 얼마나 현명한 공주님이신지. 거기다 공주님은 청렴결백하셔서 나 같으면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했을 것을 그냥 한달치 월급을 당겨받는 것으로 소원을 끝낸다. 믿을 수 없다!! 옛날 동화는 안이랬던 것 같은데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읽은 결말에는 요정님의 은혜로 값비싼 옷과 보석, 남편이 될 왕자님, 년에 여덟번에 달하는 봉급(그럼에도 결국 봉급!!) 더하기 35명의 아가들을 얻는 것으로 행운을 터트린다. 35명. 동생이 18명인데 자식은 35명. 요정님의 은혜를 어른이 되어 마주하니 이거 왜 공포특급 같지? 3부에서는 해적이 된 어린이가 라틴어 선생님을 벌한다. 어떻게?

"첫째,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주제넘게 학생들에게 다시 뭐든 가르쳐서는 안 될 것. 
 둘째, 영국으로 돌려보내진다면, 평생 방방곡곡을 돌며 연습문제를 끝마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찾아낸 다음, 그런 학생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연습문제를 끝마치도록 해주고 그에 관해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될 것." (p84)

찰스 디킨스가 라틴어 수업을 아주 싫어했던지 그 시절 라틴어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에게 매우 미움 받았던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라틴어 선생님 너무 안됐다. 그러나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한 이런 처벌을 아주 좋아하겠지? 4부는 어린이로 불리는 어른을 돌보는 어린이..지만 호칭은 어른인 어린이들이(읭??) 파티를 여는 내용이다. 파티에 초대받아 온 어린이(실은 어른)들은 왜 그렇게들 불평불만이 많은지 어른들은(실은 어린이)들이 내내 힘들어한다. 

제목은 홀리데이 로맨스인데 실은 로맨스라 부를만한 내용은 1-4부를 통틀어도 별반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툭하면 이유를 따지고 야단치고 고함지르고 공부시키고 가정 일에 무관심한 어른들에 대한 동화 같은 비꼼이 가득하다. 얼렁뚱땅하고 어리둥절한 내용으로 긴가민가 싶은 내용들도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교훈을 어린이들에게는 대리만족과 기쁨을 느끼게 할 동화들로 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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