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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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p213)

잘 쓴 스릴러 소설이 주는 희열에는 일반적인 감동 이상의 강력한 고양감이 있다. 에너지 드링크나 커피처럼 단시간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달까. 결국 평소 잠드는 시간을 훌쩍 넘겨 새벽 늦게까지 흥분 속에 독서를 하고 말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철야독서, 철야책, 고독한 늑대들과의 만남. 간밤이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오가미 쇼고,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 2과의 주임이자 폭력단계 반장인 그와의 첫만남은 어처구니 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커피숍, 시간은 오후 한 시. 일반적인 약속이라면 그게 뭐? 하겠지만 오가미 쇼고는 히오카의 직속상사다. 출근도 않은 짝꿍 상관을 찾아 발령 첫날부터 신입이 외근을 나온거다. 이 순진하고 교과서의 전형 같은 신참 경관 히오카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사를 하는데 왜 야쿠자 같이 구냐며 뒤통수를 빡! 상사가 담배를 빼무는데 왜 멍청이 같이 가만 보고 있냐고 또 뒤통수를 빡! 파출소 1년 기동대 2년 근무했다 하니 숫처녀냐는 비웃음을 다시 빡! (2018년이 아니라 1988년이 배경임을 감안하며 분노를 삭히자.) 야쿠자하듯 상사 앞으로 앞서 안가고 뒤를 따랐다고 재삼 뒤통수를 빡빡! 어떤 때는 야쿠자냐고 때리고 어떤 때는 야쿠자 안같다고 때리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거기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어린양과 다름없는 히오카를 던져 조폭과 싸움까지 하게 만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전히 발령 첫날이다. 히오카는 자갈에 눈을 맞고 쌍코피가 터지고 연거푸 배를 걷어차이고 하늘에 별이 뱅글뱅글 보일 정도로 두들겨 맞고 쓰러진다. 도망쳐 히오카,이 직장은 아닌가봐! 

"히오카, 자네는 2과 형사의 임무가 뭐라고 생각하나?"
"폭력단을 괴멸시키는 겁니다"
"폭력단이 사라지면 우리 밥줄도 끊겨. 우리의 임무는 야쿠자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야. 나머지는 도를 넘는 녀석들을 없애기만 하면 돼." (p214)

상스러운 입버릇에 근무는 설렁설렁 가혹행위는 습관이고 증거조작도 밥 먹듯이. 조폭과의 연은 또 어찌나 깊은지 호형호제는 기본에 야쿠자 두목에게 폴더인사 뇌물수수로 씀씀이도 장난없다. 그러나 이런 남자가 경찰청장상을 비롯한 표창을 100회 넘게 받으며 범죄자들 특히 폭력배들을 무수히 잡아들였으니 대체 일본 경찰은 얼마나 썩은거냐 라는 생각이 들기 일수. 시작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사람인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야쿠자 조직의 경리였던 남자의 장기 실종 사건을 접하면서부터였다. 뼛속 깊이 썩어빠졌다고 생각한 상사의 의외의 면모들을 히오카는 접하게 된다. 타락경찰의 정수인 줄만 알았던 오가미가 실은 히로시마 내의 야쿠자들 사이에서 지랫대 역할을 자청하고 있었다는 것. 경찰과 야쿠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며 양쪽에서 인정받고 양쪽에서 공격받는 다중의 생활을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 경찰로서의 소명만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히오카의 발령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터지는 야쿠자들의 이권다툼과 폭력, 살인, 연이은 총격 앞에 히오카는 그리고 오가미는 구레하라와 더 크게는 히로시마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내내 등장하는 삭제된 경찰일지의 반전까지 더하여 시작부터 끝까지 바닥나지 않는 즐거움으로 무장한 책이었다. 지루함이라는 방탄조끼에 탕탕 총탄을 새기는 고독한 늑대들. 그들과 함께 달리며 그들과 함께 웃고 그들과 함께 울었다. 콜드 느와르로 포장돼 있지만 내게는 너무 핫했던, 뜨거운 여름 늑대들이 흘리는 피땀눈물을 상기시키는 최고의 경찰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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