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프랑수아 아르마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아멜리 노통브, 요 네스뵈, 밀란 쿤데라, 페터 회, 더글라스 케네디, 히라노 게이치로 등 유럽과 북미, 러시아,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작가들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이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

단 한번도 대규모 설문조사의 대상이 되어 본 적 없는 이 질문이 전세계의  작가 180여명과의 인터뷰와 편지를 통해 답변을 받습니다.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 전부를 영원히,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이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 나머지는 어떤 하나보다도 더 나아 보인다"(p7/지상의 양식/지드)는 생각으로 답변을 포기한 많은 작가님이 계셨던 것 같지만 대게는 본인 스타일과 양식대로 답을 주셨습니다. 갑자기 무인도에 갇히게 된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님들은 과연 어떤 책들을 선택하셨을까요?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으로 들어가 작가님 라벨 별로 분류된 책들을 꺼내어 봅니다. 역시나 가장 인기 있는 건 성경과 셰익스피어 전집이로군요. 잇따라 프루스트, 톨스토이, 매우 의외로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호메로스, 조이스, 몽테뉴 작가의 고전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당연히 생존작가님 보다는 고인들의 명작이 화제였구요. 무인도이기 때문에 무조건 긴 책으로 선택하신 작가님들도 많으셨는데 폴 오스터의 답변이 인상적입니다.

"무지무지 두꺼운 책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 전집, 돈키호테, 몽테뉴의 수상록을 가져가겠다. 저런, 셋 다 동시대인 아닌가! 좋은 시절이었다!" (2007년 11월)


으응?? 세 분이 동시대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검색까지 했는데 저런, 셰익스피어 1564 세르반테스 1547 몽테뉴 1533년생이시더군요. 전 왜 셰익스피어가 한참 선배 연배라고 생각했었을까요? 어쨌든 폴 오스터도 돈키호테를 선택했다는 거. 여기에 별표. 별 의미는 없고 제가 하반기에 돈키호테를 읽을 생각이어서요. 그런거죠 뭐 :-)


 

무인도이니만큼 식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신 작가님들도 계셨습니다. 딱 네 분. 그 중 존 밴빌의 추천책이 인상적이었어요.


"바다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내겐 분명 식탁의 즐거움이 가장 아쉬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방수 가방 안에 마땅히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성서로 정의되는 <일 쿠키아이오 다르젠토>를 넣어가겠다. 꼬질꼬질하고, 맨발에, 넝마를 걸치고 종려나무 잎사귀 한 장을 접시 삼아 염소 고기와 카사바 뿌리(나는 이게 정확히 뭔지도 모른다) 요리 위에 수그린 채 브란지노 알 피노키오(펜넬을 가미한 농어요리)나 소박한 수프 조리법을 보며 침을 흘리고, 레몬나무가 자라는 그 지상낙원을 꿈꿀 수 있어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2015년 4월, 존 밴빌)"

                        
마땅히 저도 모르는 요리들이지만, 정확이 뭔가요 대충도 감이 안잡히는 걸, 어쩐지 식욕이 팍팍 돌고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겁니다. 이탈리아 요리야 스파게티로 제대로 못만드는 저이지만 <일 쿠키아이오 다르젠토>를 나도 읽어보고 싶다 하며 열심히 검색을 했죠. 세상에! 운명처럼 2017년에 떠억하니 번역이 되어 출간이 된겁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실버 스푼>. 제가 아주 좋아하는 빨간 양장본입니다. 그러나 구매 페이지까지 넘어가지 못하고 저는 무릎을 꿇었어요. 가격이 99,000원.  시시시시시실화인가요?? 이런 책이 있다~ 하는 걸 알게 된 것으로 저는 만족을 하겠습니다 . 덧붙여 줄리언 반스도 요리책을 선택했어요. 다람쥐 요리법이 적힌 <즐거운 요리하기>. 무인도에 과연 다람쥐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사냥에 대한 기개를 높이삽니다.



로맨티스트 로버트 올렌 버틀러는 아내의 책을 가져가겠다고 당당히 선포하셨더군요. 책을 가져감으로써, 아내를 함께 데려가는 셈이라나요. 혹 편지를 쓰실 적에 아내분이 옆에 앉아계셨던 건 아닌가 몰라요. 의심하고 싶습니다. 매우매우 의심하고 싶어요. (속마음은 부럽다..일까요?) 나는 이미 읽은 책으로만 가져가겠다는 파와 곰팡내 나게 읽은 책은 뭐하러 가져가 파로도 양분되었는데 게중 가장 튀는 분은 할런 코벤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읽은 적 없는 소설들을 가져가겠다. 내가 어떤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드물다. 내가 무인도에 간다면 그건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 위해서일 텐데, 무엇 하러 재독을 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내 머릿속에서 이따금 원작과 사뭇 다른 형태로 제 삶을 계속 살아나가며, 나는 실제 경험을 되살림으로써 그 정신적 모험을 망치는 것을 거부한다. 추천은 언제든 환영인데, 부탁드리건대 내가 그 섬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소설을 추천해주길 바라며(특히 에세이는 사절!), 길었으면 한다." (2015년 4월. 할런 코벤)

할런 코벤 작가는 특별히 줄리언 반스 작가와 붙여 대담을 나눠보게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이유는 "아무리 길더라도(혹은 내가 아직 모르는 책이라도) 소설은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라고 줄리언 반스가 말했기 때문입니다. 취향이 극과 극이죠? 제 취향은 할런 코벤쪽이군요. 저도 에세이는 영. 딱 두 분의 작가님이 제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꼽아주셨는데요. 그중에서도 로버트 굴릭은 설득을 최고로 쳐주셨더라구요. "내가 읽어본 가운데 가장 충만하고, 뛰어난 로맨틱 코메디(2015년 6월)" 라구요. 기분이 울적할 때면 제인 오스틴을 꺼내든다는 작가님, 저도 한번 실행을 해보겠습니다.

몰래 한 권을 더 숨겨가겠다는 히라노 게이치로, 무인도에 책을 뭐하러 가져가냐는 응우옌 후이 티엡(베트남 소설가), 설문조사에는 절대 답변하지 않겠다는 미셸 우엘백, 전화번호부면 충분하다는 움베르토 에코(이 설문에 응하실 때만 해도 살아계셨다는 게 그냥 그 사실에 괜히 찡했습니다), 오로지 중국고전 주역과 사기와 장자로만 꼽아주신 중국작가님 랴오이우의 답변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 중국, 베트남 작가님들이 계신데 끝끝내 한국작가님이 아무도 등장을 안하셔서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에 꽂힌 아름다운 책들을 한 권 한 권 완독하는 어느 여유로운 날들을 상상하며 긴 리뷰 마칩니다.

"모두 행복하고 그림 같은 은둔 생활 하시기를!" (2015년 3월. 티에르노 모네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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