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니라, 현재 기억할 수 있는 것을 즐기게 되니까. (p108)"


서재를 떠나보내며.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라니 제목이 꽤나 낭만적이다.
작가 알베르토 망겔은 프랑스에 있는 본인의 서재를 해체한다.
친구들과 함께 3만 5천권이 넘는 책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포장지로 책을 싸고
라벨이 붙은 상자에 일일이 옮겨담고 책들이 있던 자리에 관한 지도를 그린다.
언젠가 이 책들에게 다시 집을 마련해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서. 
그리고는 책 한 권을 쓰는 것이다.
타인에겐 어떨지 몰라도 자신에겐 모든 즐거움의 원천인 책에 관하여.
읽는 일과 읽어온 일과 쓰는 일과 쓰고 있는 일과 어쩌면 생에 마지막일지도 모를 일들에 대하여.   

수레로 책을 사모았던 외교관 아버지,
서가에 맞춰 책을 재단하고 암녹색 가죽으로 책을 제본해주었던 아버지의 비서,
꼭 숲 속 같았던 고국 아르헨티나의 서재방,
놀랍고 진귀한 것에 대한 소유욕으로 반납하기 싫었던 책들,
중고장터에서 추억으로 구매한 책,
책등만 봐도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책장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날려가지 않았던 소설의 극초반부가 실은 제일 좋다 라는 개인적 감상과
읽을 때마다 다른 책인 듯 느껴지는 돈키호테와 그 밖의 책들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이 적지 않아서 중간중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타인의 서재와 취향 속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이 즐겁고 자극적이었다. 
책을 엄청 좋아하는 노인이었다는 돈키호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는 원래도 좋아하던 책이니 또 만날거고
노변의 피크닉(본문이 아니라 아마 작가 후기였던 듯)에도 등장했던 키플링의 스토키와 일행은
번역이 된다면 망설이지 않고 읽겠다는 결심을 새삼 하게 됐고
만화 나디아에 등장하는 네모 선장이 혹시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속 네모 선장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
의심이 생겼다는 기타등등의 후기와 계획도 새록새록 생겨났다.

단지 한 가지 의문은
왜 책들이 거기 갇혀야만 했는지 그 상세한 사연만큼은 책의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는건데
언젠가 비워진 책장을 다시 채워나가는 이야기와 함께 그 사연도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