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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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호랑이가 되우 살았대요, 그래서 범골이지요.
귀하디귀하다는 백호랑이도 살았대요, 그래서 백호리지요. (p195)"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을 훌쩍 지나 호랑이고 백호랑이고 씨가 마른 호구시에는 인제 이빨 빠진 어르신들만 바글바글하다. 아차, 호구시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하지는 말자. 나이 많은 어르신들 호구라고 욕하는 거 아니다. 범골 백호리가 호구시라 그렇다. 성격과 직업으로 호구조사 하듯 썰을 푸는 작가님의 단편들을 보아 집집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호구시라 명명한 듯도 하고 실은 자식 호구 잡히는 노인들이 많아 호구시라고 한 듯도 하지만 대한민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원래 이름이 그렇다. 범골 백호리는 하마 둘러봐도 젊은이들은 씨가 바짝바짝 마른 낡고 닳고 허물어져가는 시골이다. 소똥 냄새 지그시 풍겨오는 풍경과 아고아고 앓는 할머니할아버지 소리를 듣다 보면 요새것들이 왜 시골을 떠나는지 알 것도 같은 답답함과 한숨이 묵직하게 가슴을 누른다. 젊음이 척박하니 페이지 낱장낱장도 스산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라고 쓰니 되게 큰 사건이 있을 것만 같구만) 공기마저 정체된 듯한 이 시골 마을에 뜻밖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수화기를 깨운다.
"놀러 가자고요!"
범골 회장님네 오지랖댁의 목소리다. 실은 뜻밖은 아니었다. 미스터리처럼 리뷰를 써보고 싶었다ㅡ.,ㅡ 놀러 가자고요! 이백번도 넘게 전화기를 돌리는 오지랖댁. 놀러 좀 가세요 제발! 나도 같이 맘 속으로 소리를 질러본다. 아따 노친네들 놀러 한번 가자는데 구구절절 뭐 이렇게 사연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은지. 지청구가 늘어지신다 다들. 그냥 싸게싸게 놀러 가시라고요! 인생 뭐 있냐고요!! 그런데 보다보니 인생 뭐가 많기는 많다;; 말 많고 탈은 더 많은 이곳 범골 백호리의 어르신네들이 과연 이번 봄 놀러 갈 수 있었을까나??내가 다 걱정이 된다.

장기 호랑이

장기사랑에 푹 빠진 초딩 "나"가 장사모 어르신들과 장기를 둔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들 너무 짜증나. 장기 두는 사람은 한 사람인데 훈수로 대여섯이 붙어있다. 6:1이라니 배구경기야 뭐야? (배구 여섯명 맞나요? 스포츠 잘알못) 실력으로 보면 내가 우위인데 할아버지들 잔소리 땜에 졌어! 졌다고!! 떼굴떼굴 구르고 울고 불고 할아버지들한테 삿대질 하고 장기알을 집어던지는 극악무도한 개초딩....을 둔 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나중에 애가 크면 갈게요. 싸가지가 좀 생길 나이에. (p39)" 그래서 초딩은 싸가지가 생겼을까나?

범골사 해설

출판인 성염구가 모아모아 쓴 범골사에 대한 해설과 그 내력이 시작될 즈음.......의 이야기랄까? 제목은 해설인데 해설은 없달까? 왜냐? 해설이 아직 쓰이기 전이니까!! 말은 나쁘게 할 수 있어도 글은 (특히 고향 글은) 나쁘게 쓸 수가 없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라면 여기 작가님은 작가의 숙명에서 약간 빗겨간 것이 틀림없다. 범골사 해설은 과연 완성될 수 있었을까나?

범골 달인 열전

범골 달인들이 모였다. 11:1 모내기 전투에서 내가 1이었어!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나이 모심지, 무보수 견인꾼 김천소, 부업의 달인 청올치댁(지금은 마늘댁), 바둑의 달인 호신선. 한때 범골을 주름 잡았던 달인들의 젊은 손 위에 켜켜히 내려앉은 세월들이 서글프다. 농사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었던 시골의 달인들이 나이 먹은만큼 시골도 함께 늙어버렸다. 범골에 새로운 달인이 생기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놀러 가자고요

놀러 좀 가면 어때서. 모내기 철이라 안돼 주말에 자식들 내려올거라 또 안돼. 누구네는 남편이 아프고 누구네는 마누라가 드러눕고 누구네는 잘난 자식 자랑거리가 줄줄이라 고깝고 내가 왕딴데 왜 가냐는 사람도 있고. 이래서 안가고 저래서 못가는 어르신들 투정 사이로 남편 고생이 안쓰러운 그 아낙 오지랖댁과 아내 무릎 수술로 노후자금 다 닦아쓴 남편의 노심초사가 따사롭다. 다들 놀러 좀 가시지. 과연 이 어르신들 놀러 갈 수 있었을까나?

김사또

뱀골 노총각 중에 처음으로 외국인 처자와 혼인하는 사내가 생겼다. 남 보기 부끄럽고 돈도 아까워 집에서 돼지 잡는 노총각 잔치집에서 김사또가 갈비짝을 얻어오는데. 자식손주(가 바로 장기호랑이 초딩과 그 아버지 판돈) 먹일 돼지갈비찜이 과연 무사히 완성되었을까?      

봇도랑 치기

시골의 하릴없는 젊은이들 이야기. 시골서 그나마 있는 집 자식들은 다 외지 나가 사는데 어떻게 농사라도 지어보려는 친구들은 정작 집에 땅뙈기도 없다. 서울이든 외지든 나가 살고자 해도 밑천이 있어야 말이지. 고시원 월세 낼 돈도 없는데 나가면 뭐하나. 방구석 죽치고 앉아 온동네 어르신들의 뒷담화나 될 밖에.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이야기가 맞겠지?

산후조리

며느리, 딸자식 산후조리로도 부족해 이제는 어미소 산후조리까지 드는 내 팔자야ㅠㅠ 창자가 쏟아진 얼간년이(소이름이다) 송아지를 낳자 할마씨(책 속 표현이다)는 얼간년이랑 새끼소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릎도 아프고 삭신이 쑤시는 와중에 남편이라는 작자는 술 푸러 다니기 바쁘고 할머니는 소똥에 자빠지기까지 하고ㅠㅠㅠㅠ 얼간년이도 송아지도 오래오래 살아라. 할머니도 건강하시고요. 내가 참 짠해서ㅠㅠㅠㅠㅠㅠ  

만병통치 욕조기

싸가지 초딩과 아버지가 또 나온다. (아마 맞을거다. 아닐 수도 있지만;;) 시골에 갔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만병통치 욕조기 외판원과 함께 가족을 찾아온 친척 아주머니. 자식 며느리는 400만원이라는 욕조기 가격 앞에 얼굴이 새파래지는데 한 다리 건너 친척 아주머니와 외판원은 아픈 어머니가 애닳다는 듯 온갖 위로를 다건낸다. 그리하여 만병통치 욕조기를 사라는 외판원과 욕조기를 거부하려는 며느리 사이에서 세계대전급 전투가 발발했으니... 그냥 사는 게 다 뭔가 싶다. 늙는 것도 서럽고 자식 키우는 것도 서럽고 다 큰 자식 보는 것도 서럽고 자식이 부모 보는 것도 서럽고 그 서러운 중에도 나는 또 자식을 낳는 인생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아이씽, 눈물 나ㅠㅠㅠㅠ 

아홉 살 배기의 한숨

싸가지 초딩이 아홉살 적의 일인가 보다. 이 녀석이 한숨병이 생겨서 하루 웬종일 한숨을 쏟아내는데 부모 입장에선 그 한숨 소리가 어찌나 크고 무거운지 대학병원에 각종 병원을 넘나들이 하며 진료를 받고 다닌다. 어느 병원을 가든 그냥 스트레스성이고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는데 안심이 안되어 부모와 조부모의 근심걱정이 하늘을 찌른다. 근데 그랬던 부모가 내 부모가 아플 적엔, 내 엄마가 지끈지끈 앓는 두통으로 살이 쏙 패이게 앓아도 고작 신념 하나 (굿은 못한다!!)는 굽히지를 못한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들 하는가보지. 휴... 나는 또 왜 이렇게 한숨이 나나 몰러.

 

사는 날 동안 얼굴 붉히면서 살 거 뭐 있나.
같이 놀러나 댕기자"

 

 

 

나도 그렇다. 정말 놀러나 댕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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