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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 듣도 보도 못한 쁘띠 SF
이선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5월
평점 :
"고백하건대, 사실 지구인들은 미치게 귀엽다.
밤엔 대부분 다 잔다. 왜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안 졸려도 밤이 되면, 두 눈을 꼭 감고 침대에 똑바로 누워서 잠이 오기를 기다린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가만히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두근두근, 심장이 두근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아침이 되면 일어난다.
졸려도 굳이 기어이 일어나서 졸음이 남아 있는 눈을 손등으로 비빈다.
지구인들은 정말 다 귀엽다."
ㅡ 신원 미상인의 <지구 보고서 개정안> 중 ㅎㅎㅎ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푹 빠진 외계인들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뭐든지 와서 떠들어라는 문구를 내어걸면 안테나에 와 잡히는 지구전파들, 그 전파들 속의 드라마를 보며 우주 외곽의 지구인들을 사랑하게 된 외계인들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를 두고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그러나 티비가 가상세계의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일용 아버지 정도의 역할인 조세호씨 이하 농사의 전설 드라마팀을 납치한다. 외계인 띵씨 본인은 납치가 아니라 간곡한 권유였다고 생각하고 조세호씨 이하 지구인들은 이 사건을 몰래 카메라로 착각한 탓에 납치에 적극 반항하지 않은 결과로 그들은 함께 외계행성 라비다에 발을 들인다. 그렇다면 라비다 행성의 농업 사령관 띵씨가 농사의 전설팀을 납치한 이유는 뭐냐? 평화롭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기분 좋고 언제나 행복한 라비다인들에게 주어진 당면한 과제! 아주아주 어렵고 절대적으로 중요한 식량난 앞에 띵씨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게 그 이유다. 라비다 행성은 행성감기에 걸렸다. 행성감기에 걸린다고 해서 행성이 멸망하거나 몇 천 몇 억의 행성인들이 쓰러지거나 죽거나 행성이 개박살 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감기는 그냥 감기라 그냥 앓고 나면 그 뿐. 그럼 뭐가 문제냐? 라비다인들은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다 먹지도 육지에서 소나 돼지를 키우지도 실은 농사를 짓지도 않는다는 게 바로 문제다. 그들의 땅은 천국과도 같아서 여태껏 노동 없이도 먹고 살았다. 보라색 무오나무에서 투명하고 둥근 빗방울 같은 무오가 자라서 떨어지면 표지의 저 똥글똥글한 동물성 (소군)이 되어 삑삑 소리를 내며 걷거나 뛰어다니는데 이 (소군)을 잡아다 왼쪽 껍질을 벗겨 소군)을 만들고 다시 오른쪽 껍질까지 벗겨 소군이 되면 탁 쪼개어 식물성 소군으로 만들어 굽거나 찌거나 삶거나 말려서 먹으면 됐던 것이다. 누워서 (소군)먹기랄까. 그랬던 것이 행성이 감기에 걸려서 (소군)들이 열오른 땅에 떨어지기를 싫어해버리고 땅이 콧물기침을 다 짜내니 무오나무에도 탈수가 오고 어쩌다 땅에 떨어진 (소군)도 덜 익다 보니 도통 요 ( ) 껍질을 벗겨낼 수가 없어 소군이 강철 껍질을 두른 ((소군))이 되어 굴러다니고 하는 등의 문제가 생겨나 버리는 것이다. 라비다인들은 영양실조에 걸렸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농사의 전설팀이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띵의 생각이었지만 글쎄에~??
첫머리에 올린 지구 보고서 개정안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사랑스러운 SF물이다. 출판사에서 쁘띠 SF로 홍보 중이던데 공감이 팍팍!! 특히 요 (소군)들이 너무너무 귀여워. 소군을 표현하는 작가님의 상상력이 넘 이뿌이뿌하고 깜찍한 책이다. 휴일 끝의 잠은 행복하다기보단 울적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늘 밤 미치게 귀여운 지구인이 되어 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