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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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책발전소의 주인장 김소영씨가 첫 책을 출간했다. 진작 할 걸 그랬어. 제목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진작 할 걸의 목적어가 뭘까 하고 말이다. 모 아나운서와 엮인 소문으로 떠들썩했던 때였다면 MBC 퇴사라고 생각했을테고 남편 오상진씨와의 신혼일기 프로그램을 본 직후였더라면 아마 결혼이라 추측했을 것이다. 그녀가 내어 건 베스트셀러 목록이 화제가 됐던 지난 1월이었다면 당연히 책방이라 믿었겠지만 6월인 지금은 모호하다. 설마 셋 모두 다일까?? 책 끝머리에 가서야 진작 할 걸 사이에 빠진 목적어가 "고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진작 고민 할 걸 그랬어. 지금, 여기,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당장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각오로 고민할 것을. 더 빨리 내려놓고 더 크게 용기내어 시작할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나보다 어린데도 나보다 훨씬 속 깊은 사람인 그녀를 보며 감탄했기에 생략된 이 목적어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때 나는 일이 없어도 좋았다.
일단은 ‘당장’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급선무였다.”


갑작스런 방송출연정지, 출근할 곳이 있으니 백수는 아닌데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아  사내 도서관으로 향했던 1년 여의 걸음, 책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생에 첫 좌절, 행복하고 싶어 결정한 퇴사, 책으로 꾸린 짐과 함께 떠난 도쿄 여행, 그곳에서 만난 무수한 개성들로 돋보이는 다양한 서점, 서점들을 본 이후 결심한 책방 주인으로서의 행보, 각오가 무색하게 어렵기만 한 노동, 땀 흘린 이상의 즐거움과 보람. 책 속에서 발견한, 책과 함께 발견한 그녀가 좋아하는 일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소소하고 담담하게 펼쳐진다. 꾸밈없고, 화려하지 않게, 그녀 말처럼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 같은 느낌으로 동글동글 순순한 입담으로. 그래서일까. 책을 읽어갈수록 그녀에게도 책 자체에도 정이 많이 가더라. 사실 꽤 깍쟁이 같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신혼이니만큼 거기다 신혼일기의 혀짧은 그녀 애교를 기억하는 나인지라 자랑 같은 남편 이야기도 많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에게~ 싶을 만큼 오상진씨는 그 이름조차 거의 안나온다. 그냥 남편도 같이 여행 갔다는 걸 알게 할만큼만 삐죽삐죽 고개만 내미는 느낌이랄까. 퇴사 관련으로 우르르르, 연애 관련으로 또 우르르르르, 결혼과 방송 관련으로도 다시 우르르르르르 한 내용을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는 유명인인데 일절 사연팔이가 없다. 오로지 책, 책방, 다시 또 책 이야기로만 진득하게 묶인 글들이다. 정말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정말 책이 좋아 서점들을 방문하고 정말정말 책이 좋아 책방을 냈다는 느낌이 물씬물씬 풍겨서 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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