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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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원하지 않는 일을 시작하면 끝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점차로 무주는 자신이 배제된 채로 행해지는 일들을 겪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이 배제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렇게 한 주체임을 깨닫고 경악할 테지만 그때는 늦을 것이다. 한동안 자신이 그 일을 왜 했는지 질문하고 스스로를 비난할 것이다. 무주는 이미 그런 일을 겪었다......그럼에도 돌아 나가지 않았다. (p162)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 할만큼 조선업으로 호황이었던 이인시가 경제 불황에 빠지며 이석과 무주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혁신 바람이 불어온다. 새팀의 일원으로 선발된 무주는 다른 직원에게만 성과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염려와 도덕적 무결성에 대한 욕구로 상사이기 전에 친구 같았던 이석의 비리를 고발한다. 이석의 불행한 상황 예컨데 의식 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아이의 끝도 없는 치료비,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오래 전에 팔아버린 집, 각종 대출과 이자, 서울과 이인시 두군데로 조달해야 하는 생활비 등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동정심 보다 공명심이 공명심 보다는 사무장과 병원이라는 주체에 대한 복종심이 훨씬 큰 탓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복종의 대가가 어떤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처 추측하지 못했겠지만. 성실하고 평판 좋았던 그 남자 이석이 벌인 비리의 이면, 아내의 임신 앞에 도덕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결심했던 무주의 방황, 남이 잘못되면 동정하지만 남이 잘 되는 꼴은 흰눈으로 보게 되는 나 너 그리고 우리를 보는 것은 우울한 일이었다. 우리의 목줄을 죄고 지시하고 다스리는 우리보다 더 위에 있는 그들에 대한 분노와는 별개로 소설 속 모든 설정, 모든 인물, 모든 사건, 모든 정황, 모든 대사가 참 우울하더라.

"개들이 너무 짖지 않는다... 개가 짖었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편혜영 작가는 개의 밤에서 얘기한다. 개들이 너무 짖지 않는다고. 내가 개인 세상이 싫어서, 개가 너무 짖지 않아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짖는 소리에 내 마음만 시끄러워져서, 짖은 개가 어떤 꼴을 당하는지를 알아서, 목줄 입마개 전기충격 짖음방지기로 침묵하는 도돌이표인 세상을 소설 안이 아니라 소설 밖에서 맨눈으로 보며 살아야해서, 나는 그게 싫어서 대체로의 한국 문학을 멀리했던 편이다. 지리멸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구마 백만개 먹은 듯이 답답하다고. 신문 사회면을 고스란히 아니 더욱 자세하게 옮겨놓은 듯한 소설을 읽는 것이 괴롭다고도 불평했다. 대한민국 작가들은 우울한 글만 쓰는 병에라도 걸렸나봐 했던 적도 있었다. 박경리 작가가 비하하는 시종 유쾌하고 가볍고 감각적인 일본의 글들이 마냥 부러웠다. (물론 지금도 부러워한다;;;) 그러던 것이 작년 들어 좀 달라졌다. 괴로운 것은 여전한데 그래도 손이 갔다. 무언가 다른 것도 아주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고 대한민국을 배경한 우울하고 한심스럽고 절망적인 인물 속 아주 자그마한 희망의 싹에도 마음이 가게 됐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그런 마음으로 읽었기에 지금! 읽었기에 편헤영 작가의 신간 "죽은 자로 하여금"도 우울하지만 괜찮았다. 잘했다 잘못했다를 따지지 않고 어쩌겠어 지금 우리가 사는 꼴이 이런 걸 하고 말하는 소설이 싫지 않았다. 황종연 평론가의 말처럼 한국의 작가들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을 이런 식의 글쓰기로 정한 것을 내가 어쩌겠는가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고.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 달아졌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읽자마자 뱉을만큼 쓴 것은 아니니까. 그래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남은 5월과 6월과 7월과 8월(이기호!!)과 9월이 있으니까. 핀 시리즈 001이 006으로 나아가는 동안 우리 사회도 소설 속의 사회도 더욱 밝아졌으면 안팎의 사람들 모두가 희망차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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