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를 읽고 있는데, 에코리브르에서 만든 책이었네요. 에코리브르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더러 읽은 책들이 눈에 띄니 반갑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에코리브르가 인문, 사회분야에서 최고의 출판사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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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받는 걸 싫어한다는 건, 자기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불가피한 반응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의 모든 행위가 강압에서 기인한 거라고 본다. 그 모든 행위들은 자의로 발생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든 비판은 부당하고 억울하다. (p. 348) <다시 태어나다>에서 인상 깊은 부분이었습니다. 비판에 관해서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아직 수전 손택의 글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터라 이번에 <다시 태어나다>가 처음 접하는 그녀의 글이었습니다. 일기라는 특성상 아주 개인적인 내용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놀랍기도 했으나 그랬기에 그녀의 찰나의 아이디어가 더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무한도전에서 유희열 씨가 팽하고 쓱썼더니 이런 곡이 나왔다고 한 장면이 있었는데, 손택의 글도 팽..하고 썼는데 이런 글이 나온 건 아니지 놀라웠습니다. <다시 태어나다>로 손택의 글을 접했으니 이제는 그녀의 대표작들을 하나씩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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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갈라파고스의 대표작으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인 것 같습니다. 책을 고를 때 출판사보다는 책을 보고는 고르는 편이라 갈라파고스에서 나온 책이라는 것을 오늘 안 것도 더러 있네요^^;; 갈라파고스가 벌서 강산을 한 번 바꾸었다니,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갈라파고스만의 색이 듬뿍 담긴 좋은 책들을 많이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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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 지음, 최혁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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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수학과 철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인물이 있다. 천재적인 철학자로 알려진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인 버트런드 러셀이 바로 그이다. ‘내일의 죠’라는 만화의 명대사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말로 압축되는 삶을 살다간 버트런드 러셀은 90회의 생일 기념 기사처럼 한 중 재도 남기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다 갔다. 그런 그의 삶의 정수를 뽑은 에세이가 바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이다.

 

 단순하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강렬한 세 가지 열망이 내 생애를 지배해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인류가 겪는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처럼 제멋대로 나를 몰고 다니면서 번민의 깊은 바다를 이리저리 헤매게 했고 절망의 극한에까지 이르게 했다. (p. 11)

 

 제1부 자전적 성찰의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의 탐구, 인류가 겪는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까지 어쩌면 학자가 가져야 할 모든 마음가짐을 가지고 삶을 살았던 그는 확실한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식을 발견하고 싶은 열망으로 수학을 종교적 충동을 만족시켜줄 어떤 것을 찾고 싶은 열망으로 철학을 연구한다.

 

 수학적 성과와 철학적 견해보다 그가 살던 시대에 가장 큰 용기를 가져야 했던 일은 아마도 종교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때문에 그의 종교관에 관한 에세이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는 불가지론자(不可知論子)였다. 때문에 종교적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의미의 ‘권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는 문제들을 스스로 숙고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신이 보기에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타인들의 지혜로부터 유익함을 얻으려 노력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현명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조차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간주했던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살아온 그였기에 그의 글 곳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한 강연에서 그는 ‘좋은 세상은 두려움 없는 세계관과 자유로운 지성을 필요로 합니다. 좋은 세상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필요로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과거를 향해 시간을 거슬러 돌아보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지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가 그런 과거를 저 멀리 뛰어넘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p. 102)’라며 전쟁으로 황폐해져진 현실에서도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수학자, 철학자, 불가지론자 등 버트런드 러셀이 살아오면서 맡은 역할은 다양했지만 어떤 일을 하던 한계를 모르게 행동하는 지성으로 기억되고 있다. 인류 역사적으로도 고통스러운 시절을 살다 간 그였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이런 삶을 다시 한 번 살 것이라는 그의 말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다.

 

 개별적인 인간 존재는 강물과 같아야 한다. 처음에는 미약하다가 좁은 강둑을 따라 흐르게 되고, 때가되면 열정적으로 바위들을 지나 폭포 위로 돌진한다. 강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제방이 멀어지면 강물은 더욱 빠르게 흐르며, 마침내 눈에 띄는 휴식도 없이 바다와 합쳐지고 나면 아무런 고통 없이 자신의 개별적인 존재를 잃어 버린다. 나이가 들었을 때 자기 삶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 받지 않을 것이다.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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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1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Ganesa 2013-12-02 23:33   좋아요 0 | URL
^^ 그렇죠?? 책을 읽는 내내 만화의 그 장면이 생각이 났습니다. 어쨌든 러셀은 대단한 사람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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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고 나서 국내엔 조금 생소한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작품이 뒤늦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 상이란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찬 작가의 『펀치』도 제37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품으로 오늘의 작가상이라는 타이틀에 눈이 먼저 간 것도 사실이다.

 

 ‘가족·학교·종교의 변태적 시스템에 초특급 메가 펀치를 날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소설을 대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주인공은 고등학교 3학년의 여학생, 방인영이다. 질풍노도의 10대들이 흔히 그렇듯 다소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캐릭터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그런 아이가 아닌 가족과 학교, 종교가 그렇게 만든 아이였다. 자신을 외모도 성적도 5등급이라고 소개하는 인영은 “나는 방 변호사의 경제적 후원과 엄마의 정신적 억압, 학교와 종교의 변태적 시스템에 속박돼 있다. (p. 13)”고 말하면서 아버지를 ‘방 변호사’라고 칭한다.

 

 머리는 좋으나 외모는 별로인 아버지의 외모와 머리는 별로지만 외모는 예쁜 엄마의 지능을 물려받은 열성유전자의 집합체인 인영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아버지, 어머니 등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다가서지 못해 힘들어 하다 결국은 우연히 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하는 한 공무원을 만나고 그에게 살인을 부탁한다. 자신이 기획한 ‘살인의 조감도’에 따라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살인을 말이다.

 

 학벌 지상주의, 외모 지상주의 등 우리 사회의 병폐를 일컫는 말이 많다. 게다가 사회는 1등만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혀지는 일이 부지기수라 모두 1등이 되려고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1등만 되고 보자는 결과주의적 사고가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게 되고, 또한 그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게 되면서 인영과 같은 괴물 아닌 괴물을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니가 살인자라 부모를 죽인 걸까? 아니면, 부모가 널 살인자로 만들 걸까?”라는 공무원의 물음이 자꾸만 기억에 남았다.

 

 『펀치』는 분명 가장 악질적이라는 존속살인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보기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작가의 직설적이고 경쾌한 문체는 그 불편함을 다소 덜어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적으로 보이는 한 가정이 자녀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성공과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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