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딱 4주 만에 완성하는 브랜딩 블로그
정경미(로미)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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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처음 읽었던 책은 핑크팬더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이재범 작가의 파워블로거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였다. 적어도 많은 이들이 보는 블로그를 쓰는 이가 건네는 조언이라면 따라해서 손해 볼 것을 없으니까. 저자는 처음부터 책의 초반부터 직설적으로 말한다.


설마 당신 스스로를 톨스토이나 하루키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편하게 마음먹고 써라.”


맞는 말이다. 운동을 할 때면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어렵듯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노트북을 켜는 것이 가장 어렵다. 블로그가 취미 생활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요즘 예전만큼 부지런히 글을 못 쓰고 있다. 초심을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금 블로그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던 중 발견한 책이 블로그 글쓰기 전문강사인 리블로그팀의 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삶은 무기가 되는가이다.

 

4명의 저자들이 같이 쓴 책으로 브랜딩 블로그와 블로그의 수익화를 네이버 블로그를 중심으로 자세히 설명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4명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블로그의 글을 쓰면서 자신들의 삶에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생각하지 말고 글을 써보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이재범 작가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주제와 글감을 잡기가 어렵다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자기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조언을 한다. 이를 두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는 것은 일기가 아닐까란 반론도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소소한 내 이야기를 글로 적는 시간은 하찮은 일이 아니었어요. 내 삶의 중심축을 외부에서 나에게로 옮겨오는 과정이었지요.

 

일기라고 할 수 있는 내 이야기를 글로 적는 것이 내 삶의 중심축을 외부에서 나에게로 옮겨오는 과정이라는 말이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진입장벽을 한 층 더 낮춰주는 것 같았다. 게다가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인 김민식 PD가 블로그라는 아카이브 덕분에 글감을 모으기가 수월했다는 말을 인용하여 일상 이야기를 쓰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카이브archive자료나 소장품 따위를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하고 그것들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둔 파일이라고 해석됩니다. 특히 특정 단체나 개인이 자신이 만들어낸 수많은 기록들 중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따로 모아 보관하는 기록물이나 그 장소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치관이 있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기록은 결국 나 자신이 된다고들 말합니다. ‘에 대한 기록이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관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기록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고 분류하면서 스스로를 뾰족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록을 하고 분류하면서 나의 정체성 및 캐릭터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뭐라도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든, 영화를 보고 자신의 별점을 남기든, 여행, 맛집을 가서 기록을 남기든 그것도 아니라면 어제와 다른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내듯 무엇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바로 블로그이니까. 그 시작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삶은 무기가 되는가이다. 끝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이들 뿐 아니라 블로그를 한창 하고 있는 이들도 점검과 생각을 해 볼만한 리스트를 옮겨본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일단 쓰고 보자.

블로그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나는 지금 아주 작은 돌을 쌓는 것이다.

그 돌에 집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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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틴 4teen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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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고등학생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지만 그들은 끼워주지 않고, 초등학생으로는 가기 싫은 어쩌면 진정한 주변인의 시기가 아닌가 한다. 심지어 중2병이라는 말도 익숙한 것처럼 중학생은 과도기적인 시기라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 한창 사고도 많이 치고 아프면서 단단해지는 그런 청소년기를 누구나 겪지만 주인공인 데츠로, , 나오토, 다이처럼 그것도 1년에 몰아서 다양한 일을 겪는 것도 드물 것이다. 아마도 소설속의 이야기라서 그렇겠지만 웬만한 사람이 평생 동안 겪기도 어려운 일을 다양하게 겪으면서 커가는 과정을 소설 포틴은 그리고 있다.

 

베르너 증후군이라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나오토는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마지막 비밀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밝히듯 나오토는 다른 사람의 3배나 빠른 삶을 살고 있는 셈이지만 그 속도를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꿋꿋하게 잘 먹어서 가장 덩치가 큰 다이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잠시 엇나가긴 하지만 결국 친구들에게 돌아오고,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 하는 준은 불륜사이트에서 만난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엉뚱하게도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화자인 데츠로도 장기 결석생인 루미나와의 사건이 있다. 자칫 엉뚱하게 흘러갈 수 있는 사건들을 겪지만 친구들이 뒤처리를 말끔하게 해준다.

 

이렇듯 조로증을 앓는 친구, 거식증으로 인한 장기 결석, 병원에서 탈출한 말기 암 환자와의 만남, 게이임을 밝히는 반 친구, 한 친구의 아버지 죽음, 도심 탐험으로 변한 친구들과의 여행 등 사건 하나하나가 흔히 겪는 일이 아닌 일생을 통해 한번이라도 겪기 쉽지 않은 일 들이 일어난다. 학교를 갔다 학원을 가는 것으로 하루일과가 끝이 났던 나의 중학교 시절과는 사뭇달라 이상하기까지 하였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부분이다.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지만, 어느새 신주쿠 도심을 여행하자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그들은 도심의 밤 문화를 마음껏 누리게 된다. 하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은 지금 저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데츠로의 비밀의 말이다.

 

난 변한다는 게 무서워. 다들 조금씩 변하다가, 어느 순간 오늘 여기서 우리가 느꼈던 이 기분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거.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 거야. 세상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이런 시절을 무시해버릴지도 몰라. 그건 중딩 시절의 놀이였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였다고.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지금의 마음을 되새겨야 해. 변해서 좋은 게 있고, 변해서 안 좋은 게 있어. (326쪽)”

 

변해서 좋은 게 있고, 변해서 안 좋은 게 있다는 말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차다는 요즘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인 문제보다 꿈과 친구가 전부였던 그때를 돌아볼 수 있게 한 포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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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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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으로 살해당한 젊은 여성 둘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해자는 둘 다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않는 미혼모였다. 문제는 성매매 여성의 연쇄살인사건이지만 피해자의 사회적 배경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매스컴의 보도는 교모하기 그것을 가린다. 그 결정을 내리게 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생각할 것이 많아 보이는 문장이었다.


피살자가 즉석만남 게시판에서 영업을 하던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보가 흘러 나갔다가는 곧바로 문제가 있으니까 죽었겠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나중에는 죽어도 싸다하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면 세상에는 그런 여자는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라는 인식이 퍼지고 그런 발상을 허용했다가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역치가 내려간다.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말이다. 치안이 흐트러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조건 법을 어기는 것은 악이라고 못 박아 두는 편이 공중도덕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언제나 절대적인 피해자여야만 한다. (49-50쪽)

 

그리고 얼마 후 어느 식품공장에 협박문이 도착한다. 세 번째 희생자를 내기 싫으면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문으로 다음 범죄를 예고하는 것이다. 도시락을 주요 상품으로 생산하는 이 식품기업은 오랫동안 블랙컨슈머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이었다. 또한 사건관련 방송 도중 범인으로 주장하는 자가 연락을 취해 피해자에 대해 제대로 보도한다면 돈을 포기하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프리랜서 기자 미치코는 이에 연쇄살인과 식품기업 협박사건을 연결하여 경찰 수사와는 다른 사건의 이면을 보여준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가해자들이 특별한 동기도 없이 그냥 누군가를 해하고 싶었다는 말을 해 더 충격적이었다. 출생지, 개미지옥에서도 사건의 범인이 지목되고 기자인 미치코와 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범인은 미치코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그 여자들은 죽어서야 처음으로 권리라는 것을 손에 넣었어요.

당신은 진심으로 내가 그 여자들을 죽인 죗값을 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생명에는 숭고한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이 있어요. 그 여자들도, 나도 내 어머니도 숭고하지 않은 생명이에요. 부정해도 소용없어요. 살해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권을 부르짖을 수 있는 인간은 듣기 좋은 소리나 지껄이는 카나리아나 마찬가지고, 일그러진 사회의 일면을 알린다는 의미에서만 그 죽음이 문제가 될 뿐이에요 그러니 아무도 그 여자들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죠. 사람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거예요. (470쪽)

 

어쩌면 권총의 방아쇠는 범인이 당겼지만 피해자들은 사회가 죽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까 피해자를 왜곡하는 사회와 죽어서야 피해자들이 권리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범인의 말이 계속 대비가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이 행한 범죄의 이유를 이야기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은 미스터리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서가 아닐까? 소위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되는 이러한 소설을 읽을 때면 재미와는 상반되게 묵직한 돌을 가슴에 얹힌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 느낌이 유독 크고 오랫동안 간 출생지, 개미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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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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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람들의 생활양상의 특징을 구분하여 시대를 나누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뗀석기를 사용하고 수렵 또는 채집 생활을 한다면 구석기 시대, 청동기를 사용하고 고대 국가를 형성하기 시작하면 청동기 시대 등으로 말이다. 이러한 구분은 넓은 지역에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나타나는 특징으로 구분 짓는다. 많게는 몇 백 만년에서 적어도 몇 천 년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다. 하지만 고작 2~3년이지만 한 시대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의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집에 머무르며 재택근무를 하는 특징으로 다른 시대와 구분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코로나19를 극복을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간 최근에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2를 읽었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어 이어 읽은 것인데 이 불편한 편의점2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코로나19로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을 강요받던 때였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때를 다룬 소설이지만 전작과 더불어 김호연 작가의 큰 특징이라면 등장인물이 동네 편의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숙함이 아닐까한다. 불편한 편의점과는 다르게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언젠가 '타우누스' 시리즈로 유명한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녀는 많은 시간동안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고 했다. 그러한 관찰의 결과가 작품의 등장인물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와 비슷하게 김호연 작가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먼저 아들과의 화해하고 알바에서 점장으로 자리를 옮긴 오선숙 여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전선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편의점에서 산 소주와 안주로 하루의 고달픔으로 달래는 소진, 코로나로 인해 매출의 직격탄을 맞은 식육식당의 최사장, 공부를 잘하는 형에게 부모님의 모든 관심이 쏠린 것 같아 가족들 사이에서도 겉도는 민규 등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인물도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많았다. 그중에서 1편의 독고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 근배의 사연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왜 편의점 야간알바를 지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2은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각기 개인적인 고민과 아픔이 있지만 그것 그들만의 것은 아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원격학습과 방학으로 집에서만 있는데 그마저 부모님과 형의 눈치를 보게 되어 편의점으로 도피생활을 하는 중학생 민규는 장래희망을 편의점 알바라고 썼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런 민규에게 근배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다.

 

그래도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찾으려고 애써야 한다니까.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기만 하면, 조금은 나답게 살 수 있다고. (145쪽)

 

근배의 말처럼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 중 하나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경도인지장애로 언니네 집으로 잠시 요양을 간 편의점이야기의 구심점인 염사장의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다음과 같은 혼잣말을 내뱉는다.

 

편안, 편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 볼 수 있어 가능했다. 늘 잘해왔다 여기기 위해 애썼다.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서 분주히 발을 놀리는 것처럼, 평안을 위해 부지런히 자신의 상처를 볼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250쪽)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편안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학교에서부터 우리는 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해왔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풀수 있는 문제보다 풀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때마다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았다면 더욱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들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그에 따른 사연이 있다. 그곳이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면 그 사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고 그러한 사연이 울고 웃을 수 있는 불편한 편의점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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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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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아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야.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오히려 무지와 호기심. 신비의 힘이지. 만약 모든 것이 이미 쓰여 있다면... 우린 행동의 동력을 잃게 될 거야.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보려고 하는 르네의 전생에게 그것을 지키는 한 기사가 하는 말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권한은 기사단의 단장만이 볼 수 있는 것으로 정해져 기사단의 단장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미래를 아는 것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회귀하는 소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미래를 아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세계관이 흔하긴 하지만 행동의 동력은 무지와 호기심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예언서 '꿀벌의 예언'이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벌써 끝일까? 미래의 암울한 상황을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이 소설에 아직까지 빌런이 등장하지 않았다.


『꿀벌의 예언 1』서 잠깐 소개를 한 등검은말벌... 2004년 중국산 도자기가 들어 있는 박스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검은말벌은 감당할 수 없는 확산속도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양봉업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그 등검은말벌이 르네를 중심으로 한 '꿀벌의 예언' 지키려는 팀을 와해시키기 위해 등장한다. 르네의 전생인 살뱅을 암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은 다른지만 그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예언서인 '꿀벌의 예언'을 없애는 것이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르네와 알렉산드르가 퇴행 최면으로 위험을 경고하거나 그것을 지키는 기사단의 헌신과 희생으로 예언서는 무사지 현대까지 전해지며 그 빌런의 현대 화신을 르네가 처리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소설의 흐름은 간단하기까지 하다.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과거로부터 고쳐나가는 것이다. 중세서부터 현대까지 그 과정이 짧지는 않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 더 실감 나는 장면이 완성된 것 같았다.


30년 뒤의 암울한 미래도 신경이 쓰이고 퇴행 최면으로 전생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래를 아는 것이 지금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란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구절보다 위의 '미래를 아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사건을 여러 번 경험해 본 르네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이제 알 듯한데,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깨닫는 것이다. 한데 이 가능성이라는 것은 써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느니 참으로 아이러니 아닌가.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미래를 아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란 말에 대한 대답인 것 같다. 과거를 알고 미래를 알아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그 잠재적 가능성을 현재 써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과거는 흘러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잠언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꿀벌을 통해 현재에 충실하라는 깨달음을 던져 준 『꿀벌의 예언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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