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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둘러보기 - 10주년 기념 개정판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종교가 생겨난 이유는 많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이것 일 것 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닥치면 주위에 도움을 구하게 되고, 그 일이 거대하다면 신의 보살핌을 구하게 된다. 신의 보살핌을 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종교이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인류만큼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다양한 종교가 어느 순간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비롯해 구(舊)유고슬라비아의 해체, 나이지리아의 이슬람교와 기독교간의 분쟁, 불교와 힌두교간의 스리랑카 분쟁 등 나와는 믿음이 다르니 배척해도 된다는 식의 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자타의 구분이 쉬우니 어쩌면 분쟁의 씨앗이 되기에는 인종과 더불어 가장 쉬울지도 모르겠다.
대학에서 종교학의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종교를 가진 이들도 의외로 자신이 믿는 종교이외에는 잘 모르고 있는 현실을 느끼고는 『세계종교 둘러보기』를 썼다고 한다. ‘둘러보기’란 말의 뉘앙스에도 알 수 있듯이 주요 종교의 자세한 설명 보다 세계의 다양한 종교를 소개하고 그 종교들의 창시배경, 경전, 주된 가르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힌두교부터 시작하여 불교, 자이나교, 신도, 유대교 등 모든 종교는 아니지만 다양한 종교를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위 대부분 불교와 그리스도교이기에 그 외의 종교는 사실상 접해볼 수가 없어 그저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이름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창시자가 없다는 힌두교와 유대교, 그리스도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조로아스터교, ‘복종하는 사람’이라는 무슬림들의 이슬람교,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우리 고유의 종교라는 동학의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특히, 니체의 대표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주인공으로 묘사된 조로아스터가 창시했다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 조로아스터교의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아기 예수를 찾아 왔다는 ‘동방 박사들’이 바로 조로아스터교의 제사장이었고, 천사장, 사탄, 육체 부활, 심판 등의 개념을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신이 공존하는 고대에 유일신의 개념을 선언한 것 등은 다른 부분보다 짧게 편성된 조로아스터교 부분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슬람교의 부분도 재미있었다. 창시자 무함마드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계시를 읊고 읽은 것이 『꾸란』이고, 9·11 테러이후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 성전(聖戰)이라는 뜻으로 번역되는 지하드는 본디 하느님의 길에 힘씀이라는 뜻이고, 무엇이나 하느님을 위해 일한다면 지하드가 된다(p.313)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게다가 9·11 테러이후 발발한 갈등이 많은 정치적, 경제적인 요소도 얽혀 있지만, 자기만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유대교 및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의 갈등이라고 정의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저자가 강의한 ‘종교학 개론’을 엮어 만들었다는 『세계종교 둘러보기』는 많은 종교를 다루고 있지만, 내용을 대강 추려서 서술한다는 개론답게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관련 종교의 많은 사진들이 같이 실려 있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글과 상상으로는 관련 종교의 상징, 신, 건축물 같은 것들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서양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의 특성으로 인해 동양의 많은 종교가 어떻게 서양권에 소개되어 있는지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교의 선(禪)이 ‘Zen’이 된 사연, ‘Confucianism'이 어떻게 유교로 번역되고 있는지도 소개하고 있다.
비록 간단하지만 세계종교를 둘러보고 난 느낌은 종교가 언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벨탑으로 인해 언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제쳐두고서라도 다양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언어가 분화되고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신조어가 생겨나듯이 종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환경에 맞는 종교를 믿어왔고, 지금은 정보통신 및 교통의 발달로 많은 부분이 서로 섞이고 서양종교, 동양종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는 말에 실려 있는 금장태 교수의 말이 이 책의 존재 이유 및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 인용해 본다.
“다른 종교를 거짓된 것으로 배척하는 독선적인 태도는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것일 뿐만 아니라, 자기 종교의 진리도 편협하게 이해하는 것으로 성숙한 종교 의식이라 할 수 없다. … 남을 억누르고 자기남이 승자로 군림하겠다는 패권주의의 상극 논리는 지난 시대의 낡은 사고다. 이제는 함께 어울려 살면서 서로 돕고 서로 성장하는 공동체 의식의 상생 논리가 요구된다.” (p.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