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식탁 - 우리는 식탁 앞에서 하루 세 번 배신당한다
마이클 모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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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쓰레기 만두, 멜라민 분유 등 먹거리에 관한 범죄를 볼 때마다 적지 않은 분노를 느낀다. 주위에서는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녀석들은 가만두면 안 된다는 다소 과격한 말도 서슴지 않고 들려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의식주 중에서 옷이나 집보다는 먹을거리가 삶고 좀 더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몇 해 전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에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부터 과자나 음료수 등을 구매할 때에는 으레 무엇이 들어있나 보는 습관이 들었다. 액상과당이나 정백당 외에는 이름조차 욀 수 없을 만큼 어려운 화학약품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맛있고 간편하니 눈 한번 질끈 감고 먹곤 한다.

 

 하지만 『배신의 식탁』에서는 만두소, 멜라민, 화학기호 같은 식품첨가물 보다 좀 더 근본적인 것을 다룬다. 간단히 원제인 『Salt Sugar Fat』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설탕, 지방, 소금이다. 최근 MSG 등의 조미료 등의 입맛에 길들여짐에 따라 나트륨 과다 및 인스턴트식품의 영향으로 비만 등의 경고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지만 거대 가공식품기업의 체계적인 마케팅 및 식품제조에 관한 글을 보고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3년 반 동안 가공식품기업이 어떻게 설탕, 지방, 소금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길들여왔는지 취재를 해온 저자는 영리기업의 특성상 수익성이 우선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건강을 담보로 거대해진 그들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설탕, 소금, 지방이 중요한 것일까?

 

소금은 가공 방식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고 처음 한 입을 베어 문 순간 혀끝을 짜릿하게 한다. 지방은 칼로리가 가장 높으며, 사람들이 음식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설탕은 뇌를 흥분시키는 원초적인 마력을 발휘한다. 이런 까닭에 설탕은 식료품점에서 파는 모든 식품의 성분 구성을 결정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일 정도로 위협적인 조미료다.(p. 7-8)라는 사실로 시작하는 『배신의 식탁』은 설탕, 지방, 소금의 총 3파트로 나누어 이 조미료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그중에서 식약청에서 인증한 조미료 중에서 유일하게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탕이나 나트륨 과다로 고혈압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소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지만, 지방에 대해서는 그저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될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지방’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방은 놀라운 효과 덕분에 가공식품 업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비법 재료로 사랑받는다. 지방을 넣지 않는다면 무슨 수를 써도 감자칩이 바삭해지지 않고, 식빵의 촉촉한 결이 살아나지 않으며, 통조림 가공육에 탐스러운 선홍색 윤기가 돌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은 설탕과 마찬가지로 가공식품의 생명과도 같은 요소인 장기 저장성이 기여한다. 지방이 들어가면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두어도 제품이 상하지 않는다. 제과 분야에서는 지방을 첨가하면 쿠키를 더 크고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고, 얇은 크래커를 만들 때 물 대신 기름을 쓰면 식감이 한층 더 부드러워진다. 또한, 핫도그에 지방이 들어가면 질진 느낌이 줄고 군침 도는 색이 난다. 생산비 절감 효과는 보너스다. 핫도그 고기로 지방을 다 살라낸 살코기만 쓰지 않고 가장자리 지방까지 사용하는 것이 저 저렴하기 때문이다. (p. 204)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 아마도 모든 영리 기업이 추구하려는 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건강을 담보로 그것도 부작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익을 위해 덮어두려는 기업들의 모습에 제목처럼 배신감이 들었다. 그것도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고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광고를 하면서 말이다.

 

 종종 건강에 관한 프로그램에서 전문의 들이 하는 권고는 늘 비슷하다. 싱겁게 먹고 잡곡, 야채 위주로 소식하며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대한 가공식품을 피해야 하는 것도 추가하면 좋을 것이다. 가공식품기업의 임원들이 자기네 회사의 식품을 먹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설탕, 지방, 소금이 가공식품의 세 기둥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좋았지만, 그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이 가공식품기업의 역사와 맞물리면서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괴리감이 있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많은 가공식품이 수입되고 있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도 거대식품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자본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먹는 즐거움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지만, 우리도 조금은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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