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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도박을 할 때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때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흔히 도박에서 이겼을 때 그 성취감으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도파민은 베팅을 할 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내가 이 판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되기에 도박과 같은 행위에는 중독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무엇이기에 사람을 중독까지 몰고 가는 것일까?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 애나 렘키가 쓴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이런 도파민과 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머리말로 시작한다.
이 책은 쾌락을 다룬다. 동시에 고통도 다룬다. 무엇보다 쾌락과 고통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5쪽)
쾌락과 고통,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리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도파민과 함께 획기적인 발견으로 표현한 저자는 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그래서 계속되기를 원하는 쾌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뇌의 균형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고 한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과학은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 가며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진다. (87쪽)
쾌락과 고통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저자는 중독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 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27쪽)
해를 끼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면 중독이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어떤 대상에 중독되는 데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는 그 대상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이라고 꼬집는다. 주로 책에서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가 주로 언급되지만 우리주위에 더 흔히 볼 수 있는 SNS나 게임 중독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중독에 빠졌는지 어떻게 알 것인가? 재미있게도 저자는 DOPAMINE이라는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자신의 중독을 이해하는 단계를 설명한다. 각각 이는 데이터(Data), 목적(Objectives), 문제(Problems), 절제(Abstinence), 마음챙김(Mindfulness), 통찰(Insight), 다음 단계(Next Steps), 실험(Experiment)으로 구분된다.
마지막인 실험에서 인장적인 구절이 있었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온 구절이다.
의지는 인간의 무한 자원이 아니다. 의지는 근육 운동에 더 가까워서 쓰면 쓸수록 더 피로해진다. (123쪽)
의지도 쓰면 피로해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의지민이 아니라 약물이나 외부의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바람직해 보였다.
도파민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욕을 샘솟게 해주는 신경 전달 물질이기 때문에, 분비되면 될수록 쾌락을 느끼며, 두뇌 활동이 증가하며 학습 속도, 정확도, 인내, 끈기, 작업 속도 등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이 도파민의 총량을 늘리거나 분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약물 등을 사용하고 중독이 되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이에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바로 찬물 목욕이다. 찬물 목욕과 도파민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파민은 찬물 목욕 중에 꾸준히 증가했고, 목욕을 끝낸 후에도 한 시간 동안 증가 상태를 유지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처음 30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한 다음 30분 동안 정체 상태를 유지했는데, 목욕이 끝난 한 시간 동안 약 3분의 1로 줄었지만 두 시간이 지나서도 기준치를 넘어선 상태를 유지했다. (175쪽)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쾌락과 고통의 저울에서 찬물이라는 고통의 보상으로 쾌락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앞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저울의 교훈’ 10가지를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저울은 처음부터 언급이 되는 쾌락과 고통의 저울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도를 중시해왔고, 뛰어난 지도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울의 균형을 지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