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노트 (양장 특별판 블랙 에디션)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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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때 메모가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메모에 관한 책을 찾아서 본때가 있었다. 많은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잡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메모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런 생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니까. 이에 기록 학자인 김익한 교수는 거인의 노트에서 메모와 기록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메모와 기록은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메모는 기록의 원천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상대방의 말이 너무 빨라서 등의 이유로 너저분하게 적어 둔 것을 메모라고 한다면 이렇게 조각난 글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을 기록이라 한다. 즉 기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적는 메모를 제대로 정리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23)


메모를 메모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기록이라는 행위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록을 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지속하는 것으로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기록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무엇이 길래 삶을 바꿀 수 있다고까지 할까?


우리는 기억의 대체 수단으로 기록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록하는 일이 주는 직접적인 효용은 사실 기억이 아니라 집중이다.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록해야 하므로 무엇이 핵심인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맥락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 기록의 숨겨진 능력이다. 이렇게 집중하고 이해했으니 기억하기 쉬운 건 당연한 결과다. (115)


기억의 대체 수단으로 생각한 나로선 집중을 준다는 기록의 효용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기록을 하다 흐름을 놓친 경험이 있기에 내가 이제껏 해온 기록과 저자가 말한 기록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에도 기록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자신이 교감한 만큼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고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자. 당신이 표상할 키워드가 원래 저자가 쓴 키워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한테는 익숙하지 않거나 와닿지 않는 단어 대신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라.(134)


저자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읽은 고명환 작가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서도 '고전에는 정답이 없다. 나한테 맞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의 과정처럼 그런 사유와 깨달음의 시간이 있었느냐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인간은 몸이 자라는 생장은 어느 선에 멈추지만 그 그릇이 커지는 성장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 성장의 과정은 어렵지만 분명 그 그릇은 성장으로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 성장을 그냥 시켜주지는 않는다.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시시각각 나타난다. 저자는 선택의 팁도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의 선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일 때가 많다. 인생을 뒤덮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객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155)


선택지를 객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주관식을 객관식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삶에의 해답은 무한에서 몇 가지로 줄어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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