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 3집 국경의 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루시드 폴의 진정한 가치는 그의 학벌이 아닌 음악이다.
미선이 시절부터 남다른 감성을 보여주었던 그의 새롭지 않은 새 앨범은
나를 둘러싼 일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오랜 타지 생활로 자칫 감정의 과잉으로 흐를 수도 있었겠지만
[국경의 밤]은 개인적 고민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어
감정 과잉으로 점철된 개인적 앨범의 틀을 훌륭히 넘어서고 있다.

좋던 싫던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영향하래 살고 있다. 누군가 한 명쯤은
이런 세상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KID', '라오스에서 온 편지',
'사람이었네'에서 보여지는 세상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은 단순히 변화에 대한
불평, 불만이 아니어서 더욱 빛난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13번 히든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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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기억은 조작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신뢰한다. 우리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기억들은 사실상 대부분 후에 유추하거나 상상하면서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빛의 제국을 읽으며 나의 지난 20년을 생각해보았다. -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며 딴 생각을 한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습관이다. 굉장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고 특별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만 애써보니 나의 기억에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분명히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떤 주체가 되어 행동했다거나 움직였던 기억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나는 피동적인 존재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개인의지 보다는 시대에 맞게 부유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마치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조작한다.

책은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본 시리즈]처럼 주인공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이전에 배웠던 것들을 떠올리고 행동한다. 미행하고 따돌리고 전화추적을 피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수퍼히어로가 아니더라도 그냥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투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력이 떨어지는 탓에 마지막 2 챕터는 잘 이해가 안간다. 누군가 이해력이 좋은 이에게 물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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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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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나는 강원도의 한 산골 마을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주위의 어른들은 빨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이 될까 두려워 하고 있었고
- 어른들의 걱정을 들으며 사실 나도 조금 두려워 했다.
난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감에 따라 늘어난 수업 시간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 해 6월에 있었던 전설적인 사건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별개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었다.

1993년 난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했고
선배들을 통해 또는 이런저런 글들을 통해 그 날의 뜨거웠던 성취감을 알게 되었다.
그건 2002년 월드컵에서 전국민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그 성취감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87학번으로 대표되는 80년대 선배들은 아직도 그 기억의 영향
아래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단편 모음집은 내가 알고 있는 김영하의 첫번째 단편 모음집이다. 이전에 읽었던
단편 모음집과는 달리 풋풋한 냄새가 난다. - 이런 표현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80년대 말의 냄새가 난다.

1997년에 초판 출판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생경함은
소설이 출간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까닭이 아니라
1987년의 그 치열한 현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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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흔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주 소설을 써라!'

[아랑은 왜]는 바로 이런 소설을 쓰는 소설이다. 그동안 우리가 학습해온 규칙이나 규정으로 본다면 이 글을 소설의 범주에 두어야 할지 부터가 의문이다. - 책 가운데 나오는 [사냥개 키우는 법] 같은 책으로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액자 구성 형태의 소설을 종종 보아 왔으나 이렇게 극단적인 글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가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는 왜 그렇게 이야기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의 머리 속에 들어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난 오늘 누군가의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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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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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라는 소설가는 대단한 입담꾼이다.

내가 읽은 그의 소설들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와 같은 단편 모음집이었다. 그 책에서 그의 재담은 나를 매료시켰다. 빠른 호흡과 다양한 문체들은 책 읽는 나에게 커다란 기쁨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장편 소설을 읽었다. 자아를 아직 완성하지 못한 나로서는 남진우 시인같은 멋진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 내가 다섯 시간동안 꼼짝않고 읽은 것을 보면 분명하다.

사람마다 책의 행간에서 읽어 내는 의미는 서로 다르다.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나 생각, 사회 구조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서사풍의 이야기 전개를 하지 않은 글 쓰기 방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누군가 지적했듯이 스냅사진 같은 그의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각각의 이야기를 끼워 맞추고 조합하게 하여 상상하게 만든다. 마치 1905년 일포드 호를 타고 머나먼 여행을 하고 힘든 애니깽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다음에 읽으려고 벼르고 있는 [빛의 제국]에서는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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