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라는 소설가는 대단한 입담꾼이다.

내가 읽은 그의 소설들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와 같은 단편 모음집이었다. 그 책에서 그의 재담은 나를 매료시켰다. 빠른 호흡과 다양한 문체들은 책 읽는 나에게 커다란 기쁨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장편 소설을 읽었다. 자아를 아직 완성하지 못한 나로서는 남진우 시인같은 멋진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 내가 다섯 시간동안 꼼짝않고 읽은 것을 보면 분명하다.

사람마다 책의 행간에서 읽어 내는 의미는 서로 다르다.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나 생각, 사회 구조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서사풍의 이야기 전개를 하지 않은 글 쓰기 방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누군가 지적했듯이 스냅사진 같은 그의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각각의 이야기를 끼워 맞추고 조합하게 하여 상상하게 만든다. 마치 1905년 일포드 호를 타고 머나먼 여행을 하고 힘든 애니깽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다음에 읽으려고 벼르고 있는 [빛의 제국]에서는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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