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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987년 나는 강원도의 한 산골 마을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주위의 어른들은 빨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이 될까 두려워 하고 있었고
- 어른들의 걱정을 들으며 사실 나도 조금 두려워 했다.
난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감에 따라 늘어난 수업 시간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 해 6월에 있었던 전설적인 사건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별개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었다.
1993년 난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했고
선배들을 통해 또는 이런저런 글들을 통해 그 날의 뜨거웠던 성취감을 알게 되었다.
그건 2002년 월드컵에서 전국민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그 성취감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87학번으로 대표되는 80년대 선배들은 아직도 그 기억의 영향
아래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단편 모음집은 내가 알고 있는 김영하의 첫번째 단편 모음집이다. 이전에 읽었던
단편 모음집과는 달리 풋풋한 냄새가 난다. - 이런 표현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80년대 말의 냄새가 난다.
1997년에 초판 출판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생경함은
소설이 출간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까닭이 아니라
1987년의 그 치열한 현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