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행 엑서더스 - 그들은 왜 '북송선'을 타야만 했는가?
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 한철호 옮김 / 책과함께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대형 서점에 갔다가, 이 책 <북한행 엑서더스>를 발견했다. 다른 책들을 사러 간거라 그때는 사오지 않았는데,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인터넷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요즘에 디아스포라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는 離散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의 혹은 타의로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거나 혹은 유랑하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 책은 '왜 1950년대 말에 재일동포들 수만명을 북한으로 보냈는가?'라는 질문에 그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 등을 설명하며 답하고 있다. 지금은 그 당시 재일동포들을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조차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교실마다 반공선전물, 도서들이 책꽂이에 꽤 많이 꽂혀 있었다. 그때 '북송선'과 같은 단어들을 보면서 대규모 송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은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일본인이 받는 복지 혜택에서도 제외되고 취업에서도 차별이 많아서 대부분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일본 정부로써는 일본 국민들을 챙기기에도 벅찬데 그 많은 조선인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 같고, 그때 우리나라는 전쟁 끝난지 얼마 안되어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이 귀국한다고 해도 받아줄만한 형편은 못 되었을 것이다. 그때 북한과 일본 정부, 그리고 비정부기구인 적십자사가 모종의 협정을 해서(이 부분은 어려워서 기억에 잘 남지 않은거 같다.) 북한에서 일정한 수만큼 재일교포를 받기로 하고, 당시 북한에서 대외적으로 북한이 꽤 발전되어 있고 좋은 곳이라는 식으로 선전하여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이다. 

그 당시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고, 차별 때문에 좋은 직장을 갖거나 출세할 미래도 없었기 때문에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곳에서 삶을 개척하자는 생각으로 북송선을 타게 되었다. 청진항에 내리는 순간, 북한 주민들의 남루한 모습을 보고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중엔 모두 재일교포들만 있었던게 아니라 재일교포와 결혼한 일본인 여자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가져온 옷이나 화장품을 북한의 암시장에서 팔아서 그 돈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입혔는데, 일본에 친지나 가족이 있으면 그들에게 지원받기도 했겠지만 그게 그렇게 오래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일본에서 온 재일교포, 혹은 재일교포와 결혼한 일본인 중에 나중에 뭔가 트집을 잡혀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들도 제법 있는것 같다.(강철환의 <평양의 어항>인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북송선을 탄 사람들은 북한으로 가기로 선택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자식들에게 미안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불쌍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근현대사의 숨겨진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정치적,사회적인 이유로 난민이나 다름없게 된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며 거대한 힘 앞에서의 무력함과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삶의 무서움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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