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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와 산문이 들어있는 '사과에 대한 고집'을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에 읽은 시집들 중에서 가장 난해한 작품이 많았던 책이었다.
아이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시들도 많았지만
조금은 섬뜩하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시들도 있어서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느껴보려고 했다.
아마도 플란다스의 개에서 영감을 얻어서 썼을 [네로_사랑받은 작은 개에게]는
따뜻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에 대한 내용이 보여서 좋았다.
[살다]에서는 산다는 것을 아주 당연한 것들로 나타내서
더이상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힘들때 보면 용기가 날 것 같은 시였다.
뭉클한 부성애가 보였던 [아버지는]에서도 고달픈 아버지의 삶에서
희망이 되어주는 아이란 존재가 잘 나타나 있는데
특히 마지막 연에서 감동을 받았다.
'내가 강해지는 것은 어린 네가 나를
완전히 믿어주기 때문이다.
네가 늘 나를 큰 소리로 부르기 때문이다.'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서 두 번 세 번 읽은 시들도 많았는데,
우선 [포임 아이]부터 당황스러웠다. 무슨 의도가 들어있는지 정말 궁금한 시다.
마지막에 아이를 백양나무에 매어놓고 채찍질하면서 열심히 온갖 곡예를 가르쳤다고 하는 것은
부모의 마음대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는 것인지 ^^;
[평범한 남자] 또한 전혀 평범하지 않고 짧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해질녘]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세 개의 시들의 공통점은 섬뜩한 내용을 당연하다는 듯이 표현하고 있으며
아마도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표현하고 있는 역설적 표현으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나오는 '자서전적 단편'과 '시인문답'에서
작가의 삶과 시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일본도 출판이 우리나라보다 잘 되는 나라이지만 시로만 먹고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1952년부터 쓴 시가 나와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시를 쓰면서 살아온 삶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