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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리사 제노바의 장편소설 '스틸 앨리스'를 읽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하버드대학 교수 앨리스에 대한 내용이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앨리스를 연기한 줄리안 무어에게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한 책이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소설은 보는 것만으로도 슬픈 감정을 자아내는데
이 소설 또한 담담하게 자신의 투병생활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슬펐다.
작가가 앨리스의 직업을 하버드 대학 교수로 정한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유능하고 독립적인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알츠하이머 환자 본인의 감정을 더 잘 나타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앨리스는 병에 걸리기 전에는 굉장히 똑똑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난 후에는 더 이상 그 똑똑한 두뇌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며
더 이상 바쁘게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앨리스와 그녀의 가족들을 보면서
알츠하이머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면서 신경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신경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알츠하이머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서 흥미로웠다.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전이 되는 조발성 알츠하이어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책을 읽으면서 바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생각났다.
배우 수애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스틸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또한 수애가 맡은 여주인공 또한 유능한 출판사 직원이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천일의 약속이 드라마인만큼 더 극적이고 감정적이지만
둘 다 한 여성이 자신의 병을 결국 받아들이고
병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안타까웠다.
차이점이 있다면 수애의 상대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은
수애를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면
'스틸앨리스'에서 앨리스의 남편 존은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일도 포기하기 어려워 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진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 본문에서 앨리스는 차라리 암에 걸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는 앨리스의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생각이다.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은 그동안 존재했던 나와의 이별을 진행한다.
그동안 있었던 나는 더 이상 없고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먹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만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