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분식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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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마다 장을 서는데 그중에서 분식집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아파트 단지를 돌았는데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어묵꼬치를 하나씩 사먹었다. 그렇게 열 바퀴 가까이 돌며 열 개를 먹었더니 나중에는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받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또 어느날에는 떡볶이와 순대와 어묵, 만두까지 한가득 사와서 집에서 먹으며 행복해 하던 추억도 있다.


김재희 작가의 장편소설 《유미분식》도 분식집에서 있었던 추억을 담은 작품이다. 유미분식을 운영하던 '경자'의 딸 '유미'가 어머니가 죽고난 후 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오랜만에 유미분식에 온 이들은 추억이 담긴 음식을 먹으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다리를 다쳐 밖으로 나가지 못한 건물주 아저씨에게 손수 소불고기덮밥을 만들어 배달까지 해준 일, 경찰 시험을 준비하며 배고플 때 먹었던 어묵을 먹은 기억 등 작지만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한다.


이 소설은 '선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경자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베푼 작은 선의 하나가 손님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유미는 손님들이 다 모이면 줄 것이 있다고 말하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무엇을 줄지 감이 오지 않아 궁금한 마음에 각자의 사연을 재촉해 읽게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써온 작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레시피가 나오는데, 나는 왠지 삶은 달걀 튀김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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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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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나오는 소설, <나의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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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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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파트 상가에 비디오 가게가 있었다. 주로 만화를 빌려 보기는 했지만 가끔 영화도 빌렸다. <내니 맥피>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더는 볼 수 없게 된 비디오 가게가 가끔 아쉽기도 하다. OTT로 온갖 작품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돈키호테>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돈 아저씨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주인공 '솔'은 PD로 일하다가 본가인 대전으로 내려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잔뜩 묻어있는 돈키호테 비디오에 간 솔은 신비한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으며 그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다.

솔은 돈 아저씨와의 일화를 하나씩 소개하며 그를 알았던 사람을 찾아가 인터뷰하기도 한다. 소설은 그 과정을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작품에 생기를 가득 불어넣는다. 사라져 버린 돈 아저씨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하나씩 알아갈수록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키호테를 읽지 않아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소설 속 돈 아저씨는 정말 돈키호테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돈키호테 작품에도 관심이 가서 언젠가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두꺼운 분량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전작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도 좋았지만 후반부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돈 아저씨를 찾은 후의 이야기가 힘이 빠지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유종의 미를 잘 거두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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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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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작가의 장편소설 《수호신》을 읽었다. <파묘>로 화제를 모은 장재현 감독이 추천했다는 글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은 섬뜩한 소설이었다.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강하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이원'은 얼마 전부터 꿈에 자꾸 소가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신경 쓰이는 가운데 주변에서 자꾸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설'이 그녀에게 여러 도움을 준다. 같이 무당을 가서 신점을 보고 AI 승려는 만나러 간다. 이원은 조언을 실천하며 이 악몽이 어서 끝나길 바란다.


소설은 모든 주변 인물을 의심스럽게 만들어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이원의 엄마도 아빠도 설이도 같은 동아리 사람들도 제각각 생각과 행동이 달라 어떤 사람이 선이고 악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같은 맥락에서 수호신과 악신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흥미로웠다.


종교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성당을 다니고 있지만 참 어려운 세계다. 믿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는 허황된 세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에서 이 소설은 '우교'를 다룬다. 소를 믿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야기에 힘이 있었다.


장면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르는 점도 좋았다. 나중에 영상화가 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더 두꺼운 분량으로 찾아오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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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복원소
이필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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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처음으로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물건을 애지중지 모셔두는 성격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메고 다녔더니 2년도 안 되어 여기저기 실밥이 나왔다. 계속 메고 다니면 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아 수선을 맡겼다.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다짐했다. 조심히 다루어야겠다고.


이필원 작가의 장편소설 《가족복원소》는 가죽복원소에서 일하는 '진구'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기술을 익혀가고 있는 중이다.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하며 빗방울과 새똥이 간판의 가죽을 가족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간판을 본 한 소녀가 자신의 가족을 복원해 달라며 찾아온다.


가족복원소는 마법처럼 가족을 복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건을 맡기고 찾으러 오는 여러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며 그들의 마음도 살짝 보여주는 정도다. 오래된 물건이 낡고 망가지듯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도 그렇다. 오래되어 벌어지고 색이 바랜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운전면허학원에서 만난 여자 손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장 오늘을 위해 내일의 꿈을 포기한 그 이야기가 여운을 남겼다. 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낡은 필통이 새것처럼 변하듯 여자와 언니의 관계도 추억도 새롭게 시작되길 바랐다.


책을 읽으며 우리 집에 있는 낡은 가죽이 없나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수선할 것이 없다. 그래도 가족복원소에 방문하고 싶다. 엄마의 조언대로 슈가보이가 되어버린 진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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